비평가는 작가의 시녀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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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필자의 저서 『쟁이들의 환상과 세계』에 관한 작가 조선작씨의 반박 (중앙일보 6월19일자, 일부 지방 20일자)을 읽고 문득 우리 나라 젊은 인기 작가의 비평이나 비평가에 대한 안목이 고작 그 정도인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비평가도 사람이니까 「이집트」의 우화에 나오는 천리안조나 천리청조와 같이 신통한 투시력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비 허가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자기 창조의 세계를 지향하면서 사회와 인간의 직접 현상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의 사장 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문학 작품을 그 연구 대상으로 삼는 수도 있다.
요컨대 비 허가의 작업도 작가의 그것에 못지 않게 각고의 산물임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비평이 자기 작품을 비판했다 하여 작가가 그 비평가를 <파리> 정도로 몰아붙인다면 그것은 상식 이하의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조씨는 비평가의 역할을 가리켜 『작가에게 있어서는 우정 있는 충고자이며 독자에게 있어서는 좋은 안내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얼핏 이 인기 작가가 『비평가는 작가와 독자를 위한 뒷바라지나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문학에 관한 모든 오해와 편견, 그리고 비리의 발생은 다름 아닌 이러한 작가의 사물 판단의 잘못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조씨에게 한마디 일러두거니와 비평가는 문학을 위해 자기 세계의 탐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느니 만큼 자기 의도에 맞지 않을 때는 (물론 타당한 논리적 배경 아래) <험구> 정도가 아니라 「독설」도 서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작가나 독자는 비평가로부터 「애정 있는 충고」나 「성실한 안내」의 구실 따위는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작가나 독자로부터의 그 같은 타협은 비평가를 위해서 별로 유익하지도 않다.
모든 면에서 완전 무결한 작가란 있을 수 없고 비평가가 언제나 작가를 위해 찬사만 늘어 놓을 수는 없는 일이므로 필자는 비평가가 자기 작품에 가타부타한다고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작가를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다.
다른 많은 비평가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다.
비평가가 작품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춰냈다 해서 모든 작가가 조씨처럼 『문학 작품에 대해서 성실하고도 순결한 접근을 하지 못했다』고 흥분한다면 비평가는 과연 무엇을 해야하는가 묻고 싶다.
또 하나는 조씨가 필자의 이름을 모르고 필자의 글을 읽지 못했다해서 업적이니 능력이니 자질이니 들추면서 보인 태도다. 작가는 모름지기 겸손해야한다. 자기 재능에 아무리 자신이 있더라도 어디엔가 자기보다 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끝으로 조씨에게 충고하고자 하는 것은 인기에만 도취하지 말고 좀더 겸허한 자세로 도서관도 찾고, 종교·철학에도 심취해보고 그렇게 해서 열심히 스스로를 닦으면 충분히 훌륭한 예술 작품을 낳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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