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정에의 근원적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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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리인상을 계기로 정부는 물가조정작업을 한꺼번에 단행했다. 우선 그 동안 미뤄오던 정부미를 위시해서 철도·버스·택시요금을 조정했으며, 불원간 다시 석탄 값과 전기요금 등이 인상 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조정은 궁극적으로 국내의 모든 가격에 파급될 것이므로 물가체계는 부가가치세제실시의 여파와 곁들여 앞으로 계속 조정되어야할 것이 틀림없다.
더우기 금리의 대폭적인 인상이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원가압력에 따른 가격요인과 초과수요 압력에 따른 요소가 곁들여 물가압력은 더욱 거세어질 공산이 크다.
또 하반기의 경제는 계절적으로 재정 살초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통화 팽창압력이 가중되는 것이므로 금리인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서는 사태가 더욱 악화될 소지가 없지 않다. 즉 금리인상으로 공급된 유동성이 충분히 환수될 수 있느냐가 하반기 경제경세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금리정책의 성패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의 대폭적인 인상으로 국민들이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어야만 안정화의 길이 열린다고 하겠는데, 지금으로서는 가격조정과 곁들여 있어 그러한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이처럼 통화가치 내지 물가의 안정에 대한 신뢰감이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회생되지 않는 이유를 깊이 검토해서 안정화의 터전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제대로 잡아 놓아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물가체계에 일단 손을 댄 이상, 그것은 충분히 개편함으로써 새로운 물가수준을 형성해야할 것이다.
어차피 부가가치세제로 개편되어야 했던 가격체계를 엉거주춤 행정력으로 눌러 왜곡시켰던 것은 이제라도 이를 정상화시켜야할 것이며, 또 물량수급의 불균형을 가격조정으로 해소시켜 정상적인 가격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동향이 정상화되며, 정확한 경제지표에 따른 합리적인 정책추진이 가능하게될 것이다.
다음으로 통화량 증가의 본원적인 원천은 수출을 포함한 투자수요에 있는 것이므로 투자수요를 모두 메워주고 나서 인상된 금리로 이를 환수하겠다는 생각은 이 싯점에서 효과가 적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벌여 놓은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통화량과 국내여신은 계속 팽창해야할 상황이다. 그러므로 투자계획을 대담하게 축소하는 원천적 작업이 불가피하게 고려되어야한다.
그것도 재정 측의 투자계획이 대담하게 축소되지 않는다면 민간부문에 밀려들 주름살을 수습하기 힘들 것이다. 민간부문에 대한 자금의 여신수준이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량 기업어음의 시중 할인율이 월 3%선을 상회하고 있다하므로 인상된 금리수준이 시중금리에 접근할 공산은 없다. 그러므로 재정 측에서 흑자를 조출해서 민간여신을 크게 늘리지 않는한 금리인상으로 기대하는 효과를 파생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주목해야한다.
정부가 금리인상과 가격현실화로 지금의 불안정한 경제동향을 수습하기는 힘드는 것이라면, 한걸음 더 나가서 재정의 초긴축과 민간부문의 완화작업을 서둘러 상품 공급능력을 살러 나감으로써 시장의 정상화, 금리의 기능화를 기하는데 까지 정책이 전진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정부의 안정노력에 대한국민의 신뢰감이 소생될 것이며, 국민의 안정감이 회복되어야만 비로소 소비자 행동도 정상화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가 모두 안정을 위해 해야할 일을 성의껏 하지 않고서는 안정을 되찾기가 힘들 것임을 각별히 유의해서 만난을 무릅쓰고라도 경제안정을 위해 성의껏 협력하는 빛이 보여야 하겠으며 이를 유도할 일차적인 임무는 정책이 맡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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