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11개 중 8개 잠긴 캐비닛 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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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 화재 당시 별관의 소화기는 대부분 캐비닛에 보관 중이었다. [전남경찰청]

화재로 29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은 소화기 대부분을 자물쇠로 잠긴 캐비닛에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일 “불이 난 별관 2층에 있던 소화기 11개 중 8개가 문이 잠긴 캐비닛 안에 있어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소방법상 요양병원은 33㎡당 소화기 1개씩을 비치하도록 돼 있다. 별관 2층 면적이 360㎡여서 11개의 소화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11개 중 3개만 간호사실 앞 복도에 비치됐다.

 요양병원 측은 “환자가 소화기를 둔기로 사용할 수 있어 별도 장소에 넣어뒀다”고 주장했다. 장성군보건소는 화재 일주일 전인 지난달 21일 안전점검을 하고도 이를 지적하지 못했다. 안전관리 점검표의 ‘소화기 위치 및 사용방법 숙지 여부’에 ‘O’ 표시를 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손이 결박된 채 숨진 환자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요양병원 일부 간호사들은 조사에서 “치료 과정에서 몸부림을 치거나 의료진을 발로 차는 중증 환자들은 2시간 단위로 침대에 몸을 묶어 관리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의사 지시에 따라 2시간 정도 묶은 뒤 15분 정도 풀어주는 방식으로 환자들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화재 당시 환자를 결박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은 병원 측의 허술한 환자 관리도 조사 중이다. 지난달 28일 화재 당시 이 병원에는 의사가 본관 건물에 1명밖에 없었다. 별관에는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2명만 근무했다. 의사가 2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어긋난 것이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 가운데 치매 환자 등 3명이 병원을 무단 이탈해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2007년 12월 병원 개원 2주 만에 박모(87)씨가 주변 고추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09년에도 이모(75)씨 등 2명이 병원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인근 하천에서 발견됐다. 주민 정모(66·여)씨는 “노인들이 밤이면 도로를 건너고 마을을 배회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경찰은 요양병원 건물에 붕괴 위험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병원 직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별관 건물의 바닥이 처지면서 바닥과 벽이 벌어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방화 피의자 김모(81·구속)씨를 2일 공주치료감호소로 송치키로 했다.

장성=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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