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합성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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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강과 하천의 수질 보존과 식수오염 방지를 위해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경성 합성세제를 모두 연성 합성세제로 바꿀 방침이라 한다.
뒤늦은 결단이라 하겠으나 빠른 시일 안에 전 제품의 연성화가 기필코 여행되어야 하겠다.
알다시피 경성 세제는 동·식물성 비누에 비하여 사용이 간편하고 상대적으로 값이 싸기 때문에 날로 그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오늘날 웬만한 가정에서는 생활 필수품의 하나로 손꼽힐 만큼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경성 세제는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가 되지 않으므로 빨래를 하고 난 다음 거품의 형태로 그대로 하수로 흘러 들어가 하천 수질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다시 자연의 순환과정을 통해 인체 및 동·식물에 흡수, 축적되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경성 세제에 의하여 더럽혀진 수질은 피부를 거칠게 하고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게 할 뿐만 아니라 인체에 들어가면 용혈작용을 일으켜 마침내는 간 손상·암 발생 등 무서운 부작용을 빚는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난 61년∼65년 사이에 경성 합성세제의 생산·사용을 금지하고 연성 합성세제로 대체하였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유해성이 명백한 문제의 경성 세제를 규제하기는 커녕 야채·과실·식기 세척용 제품까지 생산,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가공할 공해 요인을 그대로 방치해 왔다고 할 수 있다.
66년부터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던 경성 세제는 그 소비량이 해마다 늘어 72년의 2만3천t에서 77년에는 3만8천t으로 급증했으며 생산 계획량만도 무려 4만t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정부 당국이 경성 세제에 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이로 인한 전국의 수질오염이 극에 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서울 시민의 식수원이 되고 있는 한강의 경우 가양동 일대는 이 경성 세제 오염도가 0·48PPM이나 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 (WHO)의 허용 한계인 0·5PPM에 육박하고 있다.
공장이나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나 하수는 종말처리 시설의 설치로 어느 정도 정화가 가능하지만 유독 경성 합성세제로 오염된 하수만은 현재의 기술로써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경성 세제화로부터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길은 하루 빨리 그에 대한 엄격한 생산 금지 조치를 하는 길밖에 별 방도가 없는 것이다.
다만 이번의 정부의 결정이 단순한 관계법규의 개정이나 조치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당국의 방침이 바뀌어도 변두리 이발소 등에서 사용되는 세발용 「샴푸」와 같이 무허가 영세업자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값싸고 쓰기 편하다는 잇점 때문에 그 나름의 판로를 계속 확보해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이들 합성세제 업자에게 하루 빨리 시설을 변경하도록 독려하는 것과 함께 영세업소에 대해서도 시설 대체자금을 알선해 주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강구돼야 할 줄 안다.
동시에 가정이나 이발관 등에서 스스로 경성 세제의 사용을 중지하도록 그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계몽활동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수질오염과 같은 공해방지 시책을 추진하는데는 당국의 강제 집행에 따른 타율적 규제보다 자금보조 등 필요한 지원과 계몽을 통해 해당 업자와 국민들이 스스로 솔선 이행토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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