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무너진 '국민검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후보 지명 6일 만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안 후보자가 회견을 마친 후 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전격 사퇴했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엿새 만이다. 36년의 공직 생활 동안 ‘국민검사’란 별칭을 얻었던 안 후보자는 2013년 7월 변호사 개업을 했다. 불과 10개월간의 변호사 생활이 전관예우 논란을 일으키며 불명예 퇴진을 불러왔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5시쯤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로비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국무총리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이어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 이상 총리 후보로 남아 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저의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돼 준 가족,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믿고 총리 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자는 지난 5개월간 변호사 수임료로 16억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나 전직 대법관의 지위를 이용해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안 후보자는 지난 26일 시민단체에 기부한 4억여원을 제외한 나머지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며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전관예우라는 오해와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했다”고 해명했다. 안 후보자는 11억원의 환원 약속과 관련, “제가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부분은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퇴 발표에 앞서 안 후보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 결심을 밝혔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민 대변인은 “안 후보자가 ‘더 이상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퇴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고 비서실장을 통해 이 내용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았다고 비서실장이 전했다”고 말했다.

 6·4 지방선거를 일주일 남겨 놓은 시점에 안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청와대는 관료 개혁 등 국가개조 구상에 차질을 빚게 됐다. 또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인선과 지방선거를 전후해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알려진 개각 및 청와대 개편의 시기와 폭도 영향을 받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안 후보자가 스스로 총리에 적합한 후보가 아님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무능을 보여준 만큼 더 이상 김기춘 비서실장을 위한 인사는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