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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 불 … 불 … 불안해 못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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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조모(71)씨의 방화로 검게 그을린 전동차 내부(왼쪽 사진). 같은 날 서울 용두동 홈플러스 동대문점 주차장에서 에어컨 과열로 불이 나 전소된 자동차. [뉴스1·뉴시스]

지난 2003년 2월 18일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친 대구 지하철 참사. 사고는 김모(56)씨가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전동차에서 휘발유가 든 페트병에 불을 붙여 차량 바닥에 던져 발생했다.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선 이와 비슷한 방화 시도가 발생했다. 하지만 역무원과 승객들의 신속한 대처로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동구에 사는 조모(71)씨는 이날 오전 10시51분 3호선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들어오던 전동차 네 번째 객차에 불을 질렀다. 그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5개 뚜껑을 열어 바닥에 굴린 뒤 불을 붙였다. 다행히 객차에 타고 있던 매봉역 역무원 권순중(47)씨가 객차 내 소화기로 불을 진화해 오전 11시쯤 완전히 꺼졌다. 권씨는 “조씨가 차량이 멈출 때까지 두 차례 더 방화를 시도했다”며 “한 여성 승객이 소화액이 떨어질 때마다 소화기 5개를 추가로 전해줘 불을 바로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박모(24)씨는 불이 난 직후 객차 비상벨을 울려 전동차 기관사가 도곡역 승강장에서 급하게 차량을 멈춰 문을 열게 했다. 이를 통해 열차 승객 370여 명은 무사히 열차를 빠져왔다. 11시40분쯤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15년 전 운영하던 카바레 업소 정화조가 넘쳐 피해를 입었는데 지난달 소송에서 수천만원의 보상 판결밖에 못 받아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다” 고 진술했다.   

28일 오전 9시6분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홈플러스 5층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불이나 27분 만에 진화됐다. 오전 10시18분쯤엔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지하 3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에서 불이 났다. 불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4분 만에 꺼졌지만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회사원 박민희(32)씨는 “ 지하철에서까지 불이 날 줄 몰랐다”며 “세월호 사고로 받은 충격이 큰데 화재 사고가 계속돼 이젠 밖을 다니는 것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양터미널 방화셔터 꺼놓고 공사= 26일 8명의 사망자를 낸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 인재였다. 소방방재청은 “용접작업 중 안전수칙(불티 흩어짐 방지 등)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불꽃이 튀어 화재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하 1층 방화셔터는 시공업체가 공사 편의를 위해 제어선을 철거해 작동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설치 공사 중이어서 작동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윤호진·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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