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영어 「카세트」 쏟아져 나와|외국어 조기 교육설 나돌자 10여종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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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출판계에 「음성 출판」 (카세트) 의 「붐」이 일고 있다. 2∼3년 전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성인용 외국어 회화 「테이프」에 이어 최근 삼중당·한국언어문화원·한국「브리태니커」 회사 등 10여개 출판사에서 어린이용 회화「테이프」를 내기 시작했다. 해외 진출 기회가 늘어나면서 불붙기 시작한 성인들의 외국어 열이 문교부외 영어 조기 교육 검토 움직임에 따라 어린이들에게 번져 붙은 셈이다.
지금까지 성인용은 시사영어사 등 5∼6개 출판사가 50여종을 이미 출판했다. 한 종류에 각각 책 10권, 테이프 10개 (10시간)가 보통이다. 등록하지 않고 남의 제품을 복사해 낸 것까지 합치면 총 발행수는 50만이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수요층이 기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최근 시작된 어린이용은 보급이 더 쉬울 것이란 전망이다.
어린이용 「테이프」의 경우 중간에 한국어 설명을 넣는 등 대부분이 「드라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언어문화원의 「노래와 함께 영어를」이나 문음사의 「어린이 영어 교실」 등에는 이밖에 간간이 노래도 끼워 넣고 있다.
내용은 외국어 사용국에서 어린이 언어 교재로 쓰는 「테이프」를 들여와 해설을 넣고 편집하거나,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에게 녹음시킨 것. 또는 한국인이 직접 편집 녹음한 것 등이 있다. 삼중당에서 5월중에 출판할 예정인 「즐거운 영어 교실」은 영어 학원 강사 생활을 오래한 신동운씨가 편집하고 녹음했다.
대부분이 2만∼5만원의 비싼 값이기 때문에 서점 판매를 못하고 월부 판매제를 택하거나 회원제로 하고 있다. 성인용의 경우는 값이 훨씬 비싸 시사영어사의 「영어 900」은 18만원이나 된다. 이들 영어 회화 「테이프」는 재미 교포들에게도 상당히 많은 양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출판과는 달리 「음성 출판」은 출판사에서 제작하지만 등록법상으로는 일종의 음반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질 관리나 등록 절차에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음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테이프」 제조 회사 이름으로 등록, 출판하게 된다.
따라서 내용에 대한 출판사의 책임감이 희박해지기 쉽고 음반 윤리에만 의존한 검열로 내용 자체의 가치를 평가하고 「체크」하는 과정이 없다.
「음성 출판물」에 있어서 또 하나의 문젯점은 불량 저질 복사품이 많다는 점이다. 서적과는 달리 쉽게 복사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가 어렵고 판매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떻든 이같은 새로운 출판물에 대해 성인용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어린이용은 그 영향의 중대성에 비추어 출판 전에 내용은 일일이 검토되어야하고 질 향상을 위한 행정 지도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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