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도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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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리」의 「브트브리」가 「생·세브린」사원근처에 조그마한 도서관이 하나있다. 미국인이「파리」에 사는 외국인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여기에는 모든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서고에서 책을 꺼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1백명 가량의 정회원·어린이들은 매월 한번씩 모인다. 그리고 그 달에 일어난 일들을 얘기한다 .이 모임에서 소년·소녀 2명이 뽑히고 이들이 도서관 관리의 책임을 맡는다.
장서도 어린이들 스스로가 골라서 구입한다 .그러나 그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어린이 책 중의 황금의 영역』이란 「카탈로그」책이 있는 것이다. 자그마치 8백 「페이지」나 되는 이 책에는 영어로 된 아동 도서가 총망라되어 있다.
물론 아동심리학자·교육자 등이 정선한 우량도서들 뿐이다 원전뿐만이 아니다. 번역된 외국어 책들도 들어있고, 그 내용까지도 간단히 요약해서 소개되어 있다
이런 어린이 도서관이 미국 안에는 수 없이 많다
이런 점에서도 미국의 어린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짐작이 간다.
요새 「유네스코」한위에서는 「아시아」10개국의 어린이 책 3백 여종을 비교전시하고 있다
여기 출품된 한국 책들은 인쇄·제본에 있어 상당히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체재가 훌륭하다고 내용까지도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단행본보다 전집 물이 많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어쩌면 그것은 좋은 책만을 골라서 사줘야겠다는 마음씨가 없는 부모의 무신경 탓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혹은 좋은 것, 나쁜 것 가리지 않고 끼워 팔겠다는 업자들의 약삭빠른 상혼 때문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어린이 잡지가 뛰어나게 우수했다는 평가도 그냥 좋게만 보고 넘길 일은 아니다 서구에서는 「소년중앙」이나 「어깨동무」와 같은 잡지는 보기 어렵다 만들지 못해서가 아닐 것이다 좋은 단행본들이 많은 탓일 것이다
한번 읽고 버리는 잡지보다는 대를 이어 읽힐만한 책들에 더 애착을 느끼는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마법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 속에서 공상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삶의 체험이자 자유의 실천이다.
이들에게 좋은 책을 준다는 것은 날개를 달아 주는 것과 같다. 끝없이 진과 미의 세계로 날아가게 만드는 날개 말이다 이들은 활짝 날개를 펴고 날면서 내일을 꿈꾸게 될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지금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런 힘차고도 고운 날개라 할 수 있다.
겉만이 아니라 속까지도 아름다운 책들이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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