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 세계 1위 동업자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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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0년 뚝심이 우군을 만났다. 차세대 소재 ‘넥슬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화학업체와 손을 잡은 SK종합화학의 이야기다.

 SK종합화학 차화엽(55) 사장은 26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사빅(SABIC)의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과 넥슬렌 생산과 글로벌 시장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알마디 부회장은 “SK종합화학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 진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SK이노베이션의 구자영(66) 부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신수종 사업에 고민하던 SK종합화학은 2004년 차세대 폴리에틸렌 연구에 들어갔다. 과자봉지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은 당시 고급화 바람을 타면서 전 세계 화학업체들의 각축장이 됐다.

일반 폴리에틸렌보다 충격에 강하고 위생적이면서도 가공하기 쉬운 차세대 폴리에틸렌 개발은 ‘화학 기술의 집약체’라고 불릴 정도였다. 매년 10%씩 성장하는 시장은 미국의 다우·엑손모빌, 일본의 미쓰이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진입 장벽도 높았다.

 폴리에틸렌은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한다.

SK종합화학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원료를 만드는 촉매부터 다시 연구해 2010년 말에야 차세대 폴리에틸렌 개발에 성공했다. 촉매부터 공정·완제품에 이르는 기술을 확보하자 SK종합화학은 이 차세대 폴리에틸렌에 ‘넥슬렌(Nexle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넥슬렌이 탄생하자 최태원(54) SK그룹 회장은 2011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화학회사 사빅을 찾아갔다. 최 회장은 알마디 부회장에게 “손을 잡자”고 제안했다. 울산에 넥슬렌 공장 건설을 결정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합작투자를 제안한 셈이었다. 그로부터 3년간의 협상 끝에 합작법인 설립이 가시화된 것이다. 두 회사는 6100억원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합작사를 세운다. 올해 말까지 설립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중 공장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새 공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리 잡게 된다. 합작사 지분은 50대 50으로 하고 대표이사는 두 회사가 번갈아 맡는다.

SK종합화학이 독자 건설한 울산 넥슬렌 공장은 이달 19일 연산 23만t 규모로 양산에 들어갔다. 사우디 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하면 두 회사는 세계 석유화학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빅의 원재료 공급과 판매 능력에 SK종합화학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넥슬렌의 상품성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차 사장은 “넥슬렌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두 회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사빅(SABIC·Saudi Basic Industries)=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는 국영 석유화학회사다. 에틸렌 생산 세계 1위, 폴리에틸렌 공급 3위다.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과 글로벌 확장 전략으로 세계에 약 20개의 합작사와 80개의 자회사 및 지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500억 달러(약 51조1600억원)에 영업이익은 110억 달러(약 11조25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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