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시초 김응현>|한국문학과 세계문학|조용만<고대 명예교수·작가>씨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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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순의 고령이 시면서도 이번에 또『언덕길에서』라는 작품을 발표(「월간중앙」3월 호)하셨더군요.
『나이를 먹으면서 늙는다는 문제, 또 그와 관련된 삶과 죽음의 문제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불안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삶 그 자체가 의미가 없어져요. 열심히 일하고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작품 속에서 그렇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금년은 마침 신문학 70주년을 기록하는 해이기도 한데 한국 문학 70년을 한마디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아직 정리가 덜된 상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문학의 가장 중대한 결함은 사상성과 깊이가 없다는 점이지요. 왜 그러냐,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요. 그 하나는 사회현실과 관련된 산만한 의식구조의 탓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인들의 공부하는 자세가 덜돼 있기 때문이에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관심 있게 읽어봤는데 그 재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깊이가 없어 불만스러웠어요.』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풍요 속의 빈곤이에요. 겉만 화려하고 내실이 없다는 것이지요.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 쓸데없는 낭비풍조가 아닌가 해요. 하지만 늘 이야기되고 있는 개인주의 의식의 팽배 같은 것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서나 한번씩 치러 가야 할 과정으로서 크게 걱정할 것은 못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개인주의 의식을 문학과 연관지어서 생각할 때 알맹이 없는 문학의 상업성 같은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요.
『상품화가 좀 대중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문학의 대중화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작가가 어떤 방법으로 독자를 사로 잡는가 하는 것이지요. 의식적으로 독자와 야합하려는 작가의 자세는 경계돼야겠지요.』
-요즘 추리소설이 세계적으로 크게「붐」을 이루고 있는데 그러한 현상도 작가와 독자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파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것은 세태의 흐름과 관련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최근 나도<「셜록·홈즈의 모험>이라는「코넌·도일」의 소설을 번역 출간했는데요. 내 경우는 젊었을 때부터 추리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결국 추리소설의「붐」은 독자들의 추리에 대한 호기심을 작가가 충족시켜 주는 관점에서 해석돼야 할 것 같아요.』.
-문학에 대한 선생님의 기본적인 입장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진실의 탐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50년 가깝게 문학을 하면서 여러 차례 벽에 부딪쳤어요. 작가로서의 한계라고 할까요. 상허 효석 현민 지용 횡보 등과 함께 문학을 하면서 한사람씩 작고하거나 떠나 버리거나 문학을 그만두거나 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어요. 회의와 반성이 엇갈리곤 했지요.』
-우리 문학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문학의 수준과 비교할 때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어요. 가령 일본 문학 같은 것은 그들 자신이 영·불·독문학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 문학과 일본 문학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어요. 내 자신의 편견일는지 모르지만 우리 문학이나 일본 문학이나 전전의 수준에 비해 오히려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보면 우선 시급한 것은 우리 신문학 70년을 한목에 정리하여 그것을 정립하는 일이지요.』
세계 문학에의 발돋움과 관련해서「펜·클럽」이나「유네스코」같은 기관에서 한국 문학의 해외소개에 주력하리라 합니다』이런 것이 우리문학 자체로서 어떤 의미를 갖겠습니까.
『결국 우리문학은 이 정도다 하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되는데 작품 선정에 신경을 써야 할 거예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작품을 소개한다면 얻는 것보다는 오히려 잃는 것이 많게 될 테니까요.』
-건강을 위해 특별히 하고 계신 일은 없으십니까.
『내 작품에도 많이 나오지만 산책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작품의 소재도 산책하면서 얻는 때가 많이 있지요. 글을 쓴다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어서 계속 매달리지 못해요. 뒷산에 오르는 것은 중요한 일과 가운데하나이지요.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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