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먼 저서 판권 싸고|NYT·WP지『사설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뉴욕·타임스」지가 사설을 통해「워싱턴·포스트」지가「2유급의 도둑질」을 했다고 힐책했다. 그러자「워싱턴·포스트」지 역시 사설을 통해서「타임스」지가 아마도 무슨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는「포스트」지는 2류 급 도둑질을 한 것이 아니라 신문으로서의 사명을 멋지게 수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중량급 신문끼리의 이런 설전은 그렇게 예가 흔하지는 않다.「타임스」지와「포스트」지 모두가 거창한 원칙을 내세워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지만 싸움의 핵심이 바로「돈」이라는데 이번 싸움의 미국다운 면모가 있다.
문제의 발단은「뉴욕·타임스」가 게재하기로 했던「닉슨」전 대통령의 소 석 보좌관을 지냈던「홀드먼」의 신 저『권력의 종말』내용을「워싱턴·포스트」지가 서점에서 발매되기 전에 1면에 크게 보도한데 있다.
미국에서는 특히 폭로 물이 책으로 출판될 때는 사전에 신문과 잡지에 요약된 내용을 보도할 권리를 판다. 이번에도「타임스」지는 30개 신문과 1개 주간지(「뉴스위크」지)에 최저5천「달러」(약 2백50만원), 최고 12만5천「달러」(약 6천2백50만원)를 받고 요약된 내용을 팔았다. 그리고는「홀드먼」의 책이야말로「워터게이트」사건의 전모와「닉슨」전 대통령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선전의 북을 연일 두들겨 댔다.
그러는 판에「워싱턴·포스트」는 그 요약원 내용을 사지도 않은 주제에 누구보다도 앞질러서 알맹이를 몽땅 빼먹었으니「뉴욕·타임스」는 고객들에게도 체면이 안 서고 신문끼리의「뉴스」경쟁이라는 입장에서도 꼴이 아주 우습게 돼 버렸다.
그래서「뉴욕·타임스」는 지난 일요일 판을 통해서「워싱턴·포스트」처사를 2급 절도라고 규탄했다.
그러나「워싱턴·포스트」의 반박은「뉴욕·타임스」의 신분으로서의 약점을 상당히 찌르고 들어갔다.
우선「워싱턴·포스트」는「뉴욕·타임스」와 요약된 내용 게재의 협정을 체결한 바 없으니 협정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는 12만5천「달러」를 지불하고 다변 협정에 참가한「뉴스위크」가「워싱턴·포스트」와 같은 계열회사라는 의혹을 찾고 있는 듯 하지만「워싱턴·포스트」는「뉴스위크」와는「뉴스」경쟁에서는 전혀 남남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1971년 월남전에 관한「펜터건」비밀문서 보도로 미국의 주요 신문들이 정부로부터 고소를 당했을 때「뉴욕·타임스」는「분실한 서류」는 보도할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앞장 서서 반대를 하고「뉴욕·타임스」는 그런 입장은 법정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 전례를 들면서「워싱턴·포스트」는 자신의 처사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고 오히려 훌륭한 취재솜씨로 찬양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NYT와「워싱턴·포스트」의 이런 엉뚱한 시비 때문에「홀드먼」의 책 자체에 대한 평가는 뒷전으로 처지고 있다.
다만「조제프·크래프프」한 사람이 22일「홀드먼」의『권력의 종말』은 발행자의 선전과는 달리 거죽만 번지르르하고 역사에 공헌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