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제독 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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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탄의 독소인 일산화탄소를 거의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고형 연료연소기가 일본의 한 발명가에 의해 개발됐다는 소식은 그것이 누구의 손으로 이루어졌던간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가 이제 하나의 마을처럼 되어가고 있는 현대과학기술시대에 있어서 인간생존을 위협하는 위해 요소의 제거나 환경의 보전문제는 자기나라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라 하더라도 범인류적 관심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이런 견지에서 외국인에 의해서나마 연탄「가스」의 공포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 것은 분명히 세계가족 속에서 이루어진 공동노력의 개가라 할 수 있다.
더우기 일본인 발명가가 고형연소기를 개발하기까지에는 한 숨은 재일동포의 집념 어린 후원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은 작으나마 기술분야에서의 국제연대감을 더욱 실감케 해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과학시대를 공생하면서 연탄「가스」제독이란 오랜 국민적 숙제를 실상 연탄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일본인이 먼저 풀때까지 우리자신은 속수 무책이었다는 것은 어쨌든 수치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가스」중독사고 추정희생자는 연간 4천여명으로 그 피해는 법정전염병에 의한 피해보다 거의 17배에 달한다. 연탄「가스」중독사고는 이처럼 한국민의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위해 요인으로 절감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수립에는 지극히 무성의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때 서울시당국이 1천만원의 현상금까지 걸고 연탄제독장치를 공모했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얼마전에는「식초요법」이란 것이 소개되는가 했더니 그마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동안 연탄「가스」사고방지대책은 대부분 민간이나 개인의 체험을 통해 산발적으로 이루어진데 불과했으며, 이렇게 창출된 방안들을 정리하고 실용화하려는 노력조차 미흡했다.
가정연료의 85%를 연탄이 점유하고 있는데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무독연탄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생활과학의 치부를 드러낸 것으로 국민전체가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
일본인에 의한 제독연탄연소기 발명을 계기로 생활개선을 위한 노력과 게으름의 차이가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교훈을 배울 줄 알아야겠다.
새로 개발된 고형연료연소기 는「테스트」결과 일단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다. 그러나 모든 발명이란 이론적으로 타당한 것이라도 실용화하는데는 언제나 문제가 따르게 마련이다. 새 연소기도 그 내구성과 아궁이의 공기흡입장치 등 우리나라 특유한 여건에 맞추기 위해서는 아직도 더 한층의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구가 하루라도 빨리 우리생활에 실용되도록 문젯점을 개선, 발전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보급단계에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과감한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싼값으로 공급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연탄「가스」중독은 각자의 책임이니 각자가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의 태도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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