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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조심조심 문 여는 지역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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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린 모래축제에 모인 관람객들. 올해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대대적인 퍼레이드는 하지 않지만 모래조각전 등 볼거리는 풍부하다. [중앙포토]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숨죽여왔던 지방 소상공인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연기·취소된 지역 축제와 이색 장터 마당을 되살려 꺼져버린 내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 축제만 재개해도 수백억원의 파급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유통·제조업체들도 하나 둘씩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숙연해진 사회 분위기 탓에 홍보와 마케팅은 여전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본지는 소비와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 주자는 취지로 어렵게 다시 열리는 주요 지역 축제와 더불어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위해 내놓은 할인행사·이벤트를 취합해 봤다.

이달 말까지 각 지역에서는 막바지 ‘봄 경치’를 내걸고 행사를 열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예년처럼 대대적인 홍보는 하고 있지 않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올해 안에는 다시 보기 힘든 풍광들이다. 명산 일대에서는 철쭉제가 볼거리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는 ‘바래봉 철쭉제’를 25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요란한 공연을 지양하고 바래봉 산행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맞고 있다. 충북 단양에서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단양소백산철쭉제’를 연다. 역시 전시회와 산행 행사 위주로 할 예정이다. 첫날인 31일에는 다리안 관광지에서 산악인 허영호씨를 초청해 사인회와 소백산 등산 행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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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태안군 남면 신온리 일대에서는 ‘튤립·백합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애초 이달 18일까지였지만 25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다. 축구장 18개 면적에 꽃을 10만 송이 이상 심었다. 꽃축제 추진위는 “올봄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현재 튤립꽃은 모두 지고 그 자리에 백합꽃이 피어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벤트를 최소화한 장미축제를 연다. 원주시내 단계동 장미공원에서 장미가요제, 고등학생 동아리 댄스경연대회 등이 펼쳐진다.

 축제라는 이름을 내렸지만 심었던 꽃들이 만개함에 따라 전시장을 일반에 개방하는 곳도 있다. 전남 곡성 기차마을 안에 세계장미정원을 만든 곡성군은 ‘세계장미축제’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방문객들에게 장미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1004종의 장미를 볼 수 있다. 다음달 1일까지는 야간 개장도 한다. 울산대공원 역시 축제를 취소한 대신 장미꽃 정원을 개방해 많은 시민과 외부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다음달 2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전남 함평군은 세월호 참사로 매년 화려하게 진행했던 나비축제를 열지 않는다. 대신 축제를 위해 준비해 놓은 함평엑스포공원 내 나비생태관, 나비표본 전시관, 친환경농업관, 다육식물관, 호박터널, 자연생태관 등 각 전시관을 이달 말까지 운영한다. 배추흰나비 등 22종 10만 마리의 나비를 보고 만져볼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헤라클래스왕장수풍뎅이 등 국내외 454종 7000여 마리의 곤충을 살펴볼 수 있다. 함평군청 문화관광과 김상욱 주무관은 “예산도 많이 들고 준비도 오랜 시간 했기 때문에 방문하는 분들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시장 주변에서 지역 특산물도 둘러볼 수 있도록 장터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위쪽부터 한산모시문화제, 고창복분자 축제에서 맛볼 수 있는 장어, 강릉 단오제.

 ◆“우리 고장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맛과 체험”=꽃구경 못지않게 나들이객의 발걸음을 끄는 건 지역 특유의 맛과 제품이다. 경기도 양평에서는 양평 전역에 조성된 농촌체험마을과 연계해 ‘딸기체험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딸기 따기는 물론 떡메 치기 같은 전통 행사도 체험할 수 있다. 각 농촌마을과 연계해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양한 농촌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양평농촌나드리 관계자는 “이달 말이면 대부분 딸기 수확이 끝나기 때문에 31일까지만 축제가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에서는 지역특산물인 참외를 내세워 ‘금사참외축제’를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연다. 축제 기간에는 산지 농가가 직접 재배·판매하는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모형 참외를 제한시간 내 많이 낚는 사람이 우승하는 참외 낚시 게임을 비롯해 참외 빨리 깎아 먹기, 참외 바구니로 많이 받기 등도 준비한다. 인근에 자전거도로와 오토캠핑장·체육시설 등이 있고, 천서리 막국수촌과 농촌체험마을 민박을 이용할 수 있어 주말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좋다.

 국내 최대 염전인 전남 신안 증도의 태평염전에서는 25일까지 ‘새하얀 소금꽃축제’가 열려 천일염 만들기, 소금밭 보물찾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강화도에서는 다음달 6∼8일 ‘강화약쑥축제’가, 포항 장기에서는 특산물인 산딸기를 홍보하는 홍보·판매의 장이 다음달 6∼7일 열린다. 복분자와 수박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에서는 다음달 20∼23일 ‘복분자와 수박 축제’를 개최한다. 풍천장어와 복분자, 수박 시식 행사가 메인이다. 세월호 사고로 축제를 연기했던 충남 서천에서는 다음달 21∼24일 ‘한산모시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서천군 김맹선 한산모시계장은 “예년의 경우 30만 명 정도가 다녀갔고 4억∼5억원의 판매 효과가 있었다”며 “모시옷·모시떡·한산소곡주 등 모시를 재료로 한 다양한 제품 등 우리 고장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애초 이달 1∼6일 열기로 했던 담양대나무축제도 다음달 27∼30일 예정돼 있다. 죽녹원·관방제림 등 주변의 이름난 관광명소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전통 맥 잇고, 자연과 어울리고=전통적으로 이어져오던 행사들도 진행된다.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릉단오제’가 3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예정대로 열린다. 강릉단오제를 국제적으로 안착된 행사로 만들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에 따라 행사 규모도 예전과 비슷하다.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는 다음달 1∼3일 ‘법성포 단오제’가 용왕제·당산제 등 제사 행사, 학술대회 위주로 진행된다.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자연과 어우러지는 야외 지역 행사들이 는다. 다음달 초 황금연휴가 낀 7일부터 15일까지 전북 무주에서는 ‘반딧불축제’가 예정돼 있다. 이 축제는 지난해 64만7000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지난해 경제효과는 400억원대로 추산됐다. 올해는 반딧불을 구경하고 각종 공연을 관람하는 것 외에도 무주지역 6개 마을과 연계해 건강기체조, 다슬기 잡기, 자연숲 탐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다음달 6∼9일 모래를 소재로 ‘해운대모래축제’가 열린다. 대대적인 퍼레이드는 하지 않는 대신 모래를 가지고 즐길 수 있는 모래조각전 등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춘천에서는 ‘마임축제’(5월 25일∼6월 1일)와 ‘호수별빛축제’(5월 29일~8월 17일)가 열려 방문객을 맞이한다.

 전통시장들도 이색적인 행사로 관광객 끌기에 나섰다. 전남 나주시는 나주목사골시장에서 24일부터 4일장과 9일장이 겹치는 매주 토요일 ‘들썩들썩’ 토요문화장터를 연다. 난타공연이나 땅콩거미 만들기와 같은 체험도 준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연을 중단했던 정선5일장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다양한 공연을 재개했다. 7080라이브, 정선아리랑 춤사위, 풍물, 마술은 물론 정선아리랑의 애정편을 인형극화한 공연이 이어진다.

문병주·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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