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밀어줘야제" "부산도 새 인물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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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병수(왼쪽 사진),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20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서 서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부산 용두산공원. 벤치에 앉은 어르신들이 논쟁을 벌였다.

 ▶김모(70·영도구)씨=“서울에서도 박원순이가 나오지 않았나. 부산도 장래 발전을 생각하믄 새롭게 만들 인물이 필요하제.”

 ▶이모(68·중구)씨=“오거돈이가 된다캐도 당이 없으면 힘을 못 쓰거든. 박 대통령만한 사람이 없데이. 내는 그래서 서병수가 되믄 좋겠다.”

 ▶김씨=“오거돈이가 부산에서는 탄탄하게 쌓아왔다 아이가.”

부산엔 새 인물에 대한 갈증과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가 나란히 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현재의 여권이 강세인 지역이지만 최근엔 전자가 부각되는 중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야권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예년과는 다른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는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 탓이 크다.

 국내 최대 수산물 시장으로 꼽히는 자갈치시장. 시장에서 10년째 관리인으로 일하는 조용복(60)씨는 “원래 관광버스 20~30대가 와 있기 마련인데 거의 없다아입니꺼. 원래 이맘때는 차댈 데도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산 하면 새누리당’ 공식이 깨진 지 오래됐심더. 차라리 오거돈 후보가 무소속으로 자기 소신 지켜온 게 낫지 않습니꺼”라며 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상인 이석자(60)씨가 거들었다. “일 잘하는 사람 뽑아야제. 새누리당이고 새천년민주당이고 그런 거 상관없이 잘할 수 있는 사람 뽑아야 하지예. 장사가 너무 힘듭니더”라고 토로했다. 보수동에서 만난 이용민(35)씨는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바뀌었어예. 여지껏 여당이 오래오래했는데 별반 달라진 게 없잖습니꺼”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예전과 뒤바뀌었다고까지 말할 정도는 아니다. 이날 자갈치시장의 화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였다. 장보러 온 주부 최영명(63·초량동)씨는 선거 판세를 묻자 화를 냈다.

 “어데서 감히 선거 얘기를 꺼내노? 세월호 사고가 한 사람 초상이 아니라 나라의 초상인데…. 오늘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하다 결국 울더라….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아이가.”

 상인 정복전(59)씨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내도 대통령 담화문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파 에휴. 그만큼 지금 국민들이 다들 힘들어. 우리 시장도 그렇고…. 우리가 잘될라면 박 대통령 봐서라도 찍어줘야 해. 맞제?”

 택시기사 정태준(56)씨는 나라가 위기일수록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짠하제. 열 명이 다 잘해도 미꾸라지 한 마리 못하면 다 말아먹는 게 정치인데, 장관들이 실책을 하니까 대통령이 속이 타겠다 싶더라. 서병수 찍어줘야지 싶네.”

 시장 상인 이기재(47)씨도 “이걸로 정부를 심판한다? 이건 아니지예”라며 새누리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해운대에 사는 주부 장숙희(38)씨는 “오거돈·김영춘 단일화는 정말 잘한 일인데도 효과는 별로 없을겁니더”라고 예상했다. “안철수 대표 보이소. 처음엔 ‘야, 새로운 혜성이 나타났다’ 그랬거든예. 근데 김한길이랑 손잡았음 안 돼요.”

 범일동에서 건축업을 하는 천호주(48)씨는 이번 6월 선거도 2010년 선거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씨는 “지난번 민주당 후보 김정길씨가 40% 넘게 득표하듯이 요번에도 야권 후보가 득표는 많이 하는데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앵그리맘(성난 엄마)들의 목소리로 보였다. 백화점에서 만난 주부 김모(37·수정동)씨는 “같은 엄마로서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 같이 울었다”며 “정치나 선거에 원래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선거부터는 좀 더 세심한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부산=하선영 기자, 최하은 인턴기자(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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