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은퇴 팁] 은행에 묵히는 돈도 투자 손실로 생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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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의 은퇴상담 신청인들을 보면 상당수가 모은 돈을 그냥 은행예금에 넣어두고 있다. 은퇴자금은 투자를 통해 만들어야 하는 건 기초 상식이지만 막상 행동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아마 2008년 이후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열리면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트라우마’가 작용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은 단기적으론 하지 않은 행동보다는 한 행동을 후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한 행동보다는 하지 않은 행동을 자책하면서 두고두고 곱씹는다. 이를테면 30·40대에 노후준비를 해놓지 않은 사람은 단기적으론 어떨지 몰라도 노년에 가선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 않은 걸 후회해봤자 버스는 이미 떠나가 버렸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장기적 안목으로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았을 때 초래되는 결과를 상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년에 돈이 없어 추해지고 친지·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것을 미리 떠올려 보는 것이다. 한두 번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고 한숨을 쉬는 그 시간에 노년의 비참함을 상상하다 보면 다시 정신 차리고 뭔가를 시도하게 된다.

 경제의 기본 원리 중에 ‘기회비용’이란 말이 있다. 기회비용은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가치로 매긴 비용이다. 이자가 연 2%대인 은행통장에 1000만원을 예치한 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치자. 1년 동안 1000만원을 통장 속에 썩히는 것은 연 6%대의 지수형 지수연계증권(ELS) 투자를 놓치게 돼 결국 400만원을 잃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잃어버린 수익이 높을 수록, 투자를 주저하는 기간이 길수록 기회비용은 더욱 커진다.

 보통 눈앞의 단순 손실엔 큰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기회비용을 포기할 때엔 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무감각 때문에 투자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큰돈을 잃게 된다. 기회비용도 의식적으로 실제 지출한 비용이나 손실로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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