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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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연탄 값의 대폭 인상은 그 동안에 누적된 인상 요인들이 일시에 터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석탄은 그 동안 너무 저가로 누른 나머지 석공탄 같은 경우 판매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해 캐면 캘수록 손해가 나는 사태를 빚었다. 때문에 석탄 산업은 침체 일로를 걸어 장기적인 수급 균형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지난 장성 탄광 사고는 연탄 산업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내 「에너지」자원인 석탄 산업의 보호 육성이나 저임에 고생하는 광부의 처우 개선, 또 광산 안전 시설의 강화를 위해선 탄가 인상은 불가피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정부 당국도 탄가 인상이 소망스럽지 못하지만 시일을 지연시키다가는 연탄 파동이라는 더 심각한 사태를 발생시킬 것이므로 연탄 값 인상을 단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입 「에너지」인 석유와 비교할 때 석탄이 가격·자금·세제 지원 등에서 상당히 소홀한 취급을 받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국내 정유 회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시설 확장을 계속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탄광 업계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해 채탄량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서 석탄 생산량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석탄은 대부분 서민용 기초 연료로 쓰이기 때문에 석탄의 수급 차질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석탄의 생산 확보 면에선 이번 탄가 인상이 불가피했다 해도 연탄을 사 쓰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연탄은 지난 2월 혹한 중에 25%나 올랐고 이번에 다시 겨울 성수기에 33·3%나 올랐다.
결국 연탄은 1년 동안 무려 66·6%나 오른 셈인데 가계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 값이 이토록 급격히 올라선 가계 살림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연탄 값이 1년에 66·6%나 오르고는 물가 10%선의 안정이 무슨 뜻을 갖는 것이며 또 누가 이를 믿겠는가.
비록 석탄 산업의 보호 육성을 위해선 탄가 인상이 불가피했다 해도 인상 방법에 있어선 가계가 새로운 사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는 등 보다 깊은 배려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또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연탄 값을 올리는 일은 매우 현명치 못한 처사다.
연탄이 1장에 15원이 오르면 연탄을 쓰는 가정이 1년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료비는 6백 50억원이나 된다.
이 돈이 석탄 산업의 육성·발전과 광부들의 처우 개선·보안 시설의 확장에 쓰이도록 충분한 유도와 지원·감시가 있어야겠다.
또 연탄 값 인상에 상응하는 연탄질의 보장을 정부 당국이나 연탄 업계가 다 같이 주력해야 할 것이다. 값만 오르고 탄질이 자꾸 떨어진다는 민성을 듣지 않도록 꾸준한 지도·감시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기초 생계가 어려운 영세 구호 대상자에 대해선 가격 인상분의 정부 보조도 필요하다.
이번 연탄 값 인상을 계기로 현재의 가격 동결이 연탄과 같은 「케이스」를 내연시키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 연탄 값 인상은 앞으로의 물가 정책에 큰 교훈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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