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산의 「목마」 시 동인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부산에도 수많은 동인지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인지들이 불과 2, 3호로 폐간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동인지 제작 경비도 문제지만 동인지가 나와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76년4월 부산의 젊고 패기 있는 시인 6명이 모여 「목마」 시 문학 동인을 구성, 동인지 『목마』 제1집을 펴냈다. 동인은 원광 이문걸 이승하 이아석 임명수 강남주 제씨.
사륙 배판의 모조지에 26편의 생기 있는 시들이 실린 이 동인지가 첫선을 보이자 역시 많은 사람들은 『이 동인지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 문인들은 이들의 열정에 감동하여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의의와 격려가 교차되는 가운데 이들은 갖은 경제적 정신적 출혈을 감내하면서 지난 8월 4집을 발간하는데 성공, 부산 지역 동인지의 최장수를 기록하고 곧 5집 발간에 착수하여 연내에 출간할 예정이다.
『목마』가 이처럼 상상을 뒤엎고 장수를 누리자 당초 회의적이던 사람들도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이 동인이 월간 『시문학』 8월 호에 구체적으로 소개되자 전국 각지의 문인들로부터 격려 편지와 책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쇄도, 이미 발간된 동인지를 증쇄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지난 4월 초파일에는 원광 회원이 있는 대승 불교 회관에서 동인지 1백호 발행을 기원하는 등을 달기도 했다. 동인지가 나올 때마다 동인들은 동광동 「목마」화랑 다실에 전부 모인다. 이들은 여기서 동인 작품을 상호 신랄히 비평한다. 혹평을 해도 받아들이기로 묵계가 된 이 자리는 현대시를 위한 「세미나」를 방불케 한다.
「이미지 표출」「표현 기법」「시어의 선택과 표현 효과」「비유의 실패」 등 실로 진지한 토론이 계속되는 것이다.
동인 회명과 똑같은 「목마」 화랑 다실은 이래서 부산 시내 젊은 시인과 문학도들의 모임 장소가 되고있 다.
이들의 존재는 부산의 문학 풍토에 하나의 자랑이 되고 있으며 이들은 차분히,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활동하는 부산의 시문학 활동의 기수인 것이다. <부산=강남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