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작품이 안전…"연극계에 재공연「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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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반기공연이 「피크」를 이루고있는 연극계는 최근 11편의 연극이 재 공연될 전망이어서 연극계는 갑자기 「리바이벌·붐」을 이루고있다.
지난9월초 극단 「산울림」의 『홍당무』를 시발로 시작된 재공연 「붐」은 10월 들어「제작극회」의 『버스정거장』에 이어 「실험극장」의 『에쿠스』가 3차의 연장 끝에 오는15일까지 공연돼 「리바이벌」의 최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문화회관 별관에서는 「민중극장」이 『꿀맛』(11일까지)으로 재 공연 「붐」에 가세했고 11일부터는 추송웅씨가 그의「히트」작 『빨간 피터의 고백』을 29일까지 재 공연할 계획. 18일부터는 「여인극장」의 『장난꾸러기 엘비라』(상반기 제목은 『장난꾸러기 유령』)가 공연될 예정.
뒤이어 극단 「성좌」의 『나생문』도 12월중 재 공연「스케줄」을 잡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명동「코리아」극장은 『에쿠스』가 끝나는 대로 극단「가교」의 금년 상반기성공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고 계속해서「현대극장」의 『빠담빠담빠담』도 교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오태석씨의 『춘풍의 처』, 「자유극장」의 『승부의 종말』등은 금년에만 2, 3회씩 공연된 작품들.
이들 재 공연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첫 공연에서 평균 2만명 정도의 관중을 동원,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과 『춘풍의 처』를 제외하고는 모두 번역극이라는 점 (『빠담…』은 외국인을 소재로 한 작품). 『에쿠스』『빨간 피터…』『꿀맛』등이 이에 속한다. 『장난꾸러기엘 비라』
『나생문』『버스 정거장』등은 관객이 1만명을 넘는 수준이었으나 1주일간의 짧은 공연기간 중 후반에 관객이 몰려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들이다.
이 같은 「리바이벌· 붐」의 가열에 대해 연극관계자들은 5가지로 그 원인을 분석했다. 연출가 김정옥씨(「자유극장」대표)는 극장의 절대수 부족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에만도 40여개의 극단이 운집해 있지만 쓸만한 공연장은 2∼3개에 불과, 한 극단이 아무리 길게 잡아도 1주일이상 공연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와 함께 평론가 유민영씨는 새로운 작품을 구하기가 극히 어렵고 이미 사용했던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적게 드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새 작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사정은 작년 한햇동안 1백40여개의 신작이 공연돼 작품이 바닥난 상태기 때문에 이제는 창작극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 창작극만 참가자격을 준 「대한민국연극제」 때문에 「리바이벌·붐」이 가속화됐다는 것이 일부 연극전문가들의 의견. 연극제 참가작품 중 수준 작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중 공연된 「리바이벌」작품을 버금할 만한 수준이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에쿠스』가 3만명 선을 넘어선 것도 이에 힘입은 결과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또 연극제 때문에 참가극단들이 새 작품을 준비 못하고 이미 각 극장으로부터 대관날짜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재 공연밖에 할 수 없는 사정이다.
지난달 19일까지 『사자와의 경주』를 공연했던 「민중극장」, 26일까지 『비목』을 공연했던 「여인극장」등이 이에 속한다.
이같은 「리바이벌」공연의 「붐」과 그 원인에 대해 이원경씨(연출가)는 연극은 재 공연이든 연장공연이든 오래할수록 공연의 수준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의 우리 나라 연극계는 금년도 하반기의 문제작이라고 누구나 꼽을 수 있는 작품은 없고 「리바이벌」만 성행하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임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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