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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살상 급증…美비난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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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군의 바그다드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미군 진격로 위로 이라크 민간인들의 주검이 쌓이고 있다.

2일 오전 연합군의 공습으로 바그다드 적신월사(이슬람권 구호단체)병원이 폭격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사고로 수 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25명이 부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31일에도 카르발라 인근 미군 검문소 앞에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이라크 일가족 10명이 총격에 희생됐고 인접 소도시 힐라에서 미군 헬기의 공격으로 트럭에 타고 있던 일가족 15명이 몰살됐다.

힐라에는 1일에도 B-52 폭격기를 동원한 공습이 이어져 민간인 33명이 숨지고 3백10명이 부상하는 등 민간인 피해가 집중됐다.

AFP통신 종군기자에 따르면 소규모인 힐라 지역 병원은 몰려드는 부상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르타다 압바스 원장은 "주거지역인 나데르에 폭탄이 떨어져 민간인 피해가 컸다"면서 "환자들 중 상당수가 어린이들이었다"고 말했다.

라제크 알카즈민 알카파지는 전날 아파치헬기의 공격으로 숨진 일가족 15명의 관 옆에 주저앉아 "아내와 여섯명의 아이들, 아버지와 어머니, 세 동생과 제수씨 모두 죽고 나만 살았다"며 통곡했다.

이틀 동안 민간인 60여명이 사망하자 국제사회도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AI)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영국이 자국 군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더라도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민간인 사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미군 검문소 앞 민간인 살상을 가리켜 "끔찍하고 비극적인 사건"이라면서 "이 전쟁은 이미 너무 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비난했다.

국제반전단체인 이라크 보디카운트는 1일까지 이라크 민간인 7백9명이 희생됐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민간인 희생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모든 민간인 희생의 책임은 후세인에게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2일 "미군은 이라크의 자살폭탄 공격과 거센 저항에 따라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미군이 힐라 공습에서 공중에서 소폭탄으로 분리돼 넓은 지역에 대량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집속탄(cluster bomb)을 쓴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인권감시협회(HRW)도 "미군은 집속탄 사용에 대해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종군기자들의 증언과 방송화면 분석으로 볼 때 수많은 집속탄이 사용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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