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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트랜센던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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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트랜센던스는 과학자 윌(조니 뎁)의 두뇌와 수퍼 컴퓨터가 결합한 인공지능이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습득한 트랜센던스는 점차 절대자 같은 위력을 드러낸다. [사진 조이앤컨텐츠그룹]

‘트랜센던스’(원제 Transcendence, 14일 개봉, 월리 피스터 감독)는 SF의 외피를 두른 드라마에 가깝다. SF영화 특유의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CG)이나 웅장한 볼거리 대신 과학 기술에 경도된 과학자의 모습을 통해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어두운 단면, 그리고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펼쳐낸다.

 주인공은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쌓은 과학자 윌(조니 뎁)이다. 윌은 그같은 연구에 반대하는 단체의 공격을 받아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의 아내이자 동료 과학자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친구 맥스(폴 베타니)와 함께 윌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실험을 감행한다.

마침내 윌의 뇌가 이식된 수퍼 컴퓨터, 일명 트랜센던스가 탄생한다. 에블린은 트랜센던스를 사랑하는 남편 윌의 부활로 여기지만, 맥스는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트랜센던스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흡수하고, 외딴 곳에 거대한 기지를 구축해 장차 급진적인 기술로 불치병까지 척척 고치는 위력을 발휘한다.

 ‘트랜센던스’가 펼치는 이같은 이야기는 사실 낯설지 않다.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이 오히려 인류를 위협하는 역설 자체는 숱한 SF영화가 다뤄온 단골 주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탁월한 인공지능이 인간과 갈등하는 구도는 이 방면의 고전인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스탠리 큐브릭 감독)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HAL 9000이 이렇다할 얼굴이 없어 그 심중을 알 수 없는 존재였던 반면, 트랜센던스는 화면에 윌의 얼굴과 목소리를 내세워 자신을 드러낸다. 게다가 윌의 기억을 모두 지니고 있어 윌과 에블린의 연애사까지 두루 꿰고 있는 존재다.

 메가폰을 잡은 윌리 피스터 감독은 본래 촬영감독 출신이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단짝을 이뤄 ‘메멘토’(2001)부터 ‘배트맨’ 3부작(2005~2012)까지 촬영을 맡아왔다.

그의 연출 데뷔작인 이번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을 맡은 것부터 화제가 됐지만, 이야기를 펼치는 솜씨에서 두 사람을 나란히 비교하기는 힘들 듯하다. 인간성에 대한 역설적인 메시지를 담은 반전을 마지막에 선보이기 직전까지, 드라마의 전개는 고지식하다 싶을 정도로 차분하다. 낯익은 주제를 택했으되, 이를 새롭게 변주해 낸 솜씨가 기대만큼 대단하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건 SF영화임에도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려는 화면들이다. 대신 트랜센던스가 중심에 등장하는 화면은 묵직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디스토피아를 암시한다.

조니 뎁이 주연을 맡은 점도 화제를 모아왔다. ‘가위손’(1990)의 양손에 가위가 달린 인조인간 에드워드,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2003~2011)의 엉뚱한 해적 잭 스패로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의 유쾌한 모자장수 등 줄곧 독특한 분장으로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선보여 왔던 그다. 이번에는 이렇다할 인상적인 분장 대신 지극히 일상적인 인간의 얼굴을 한 인공지능으로 트랜센던스를 표현한다.

대신 기지 곳곳의 화면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것까지 아내 에블린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는 트랜센던스의 면모가 으스스하다. 12세 관람가.

지용진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 (영화평론가 곽영진):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2010)이 무의식으로의 침투였다면, ‘트랜센던스’는 뇌의 생화학적·전자기적 업로딩을 컴퓨터의 자각능력과 결합한다. 지적이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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