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모두 힘든 시절, 최고의 무대 만드는 게 음악인 사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첼리스트 송영훈씨는 일본에서 클래식 한류의 대표주자가 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첼리스트 송영훈(40) 경희대 관현악과 교수는 재능과 끼가 넘치는 음악계 스타다. 훤칠한 스타일에 언변 좋고 붙임성 있어 대한민국 문화홍보대사를 지냈다. 만능 스포츠맨이던 그가 바이올린 하는 형보다 더 큰 악기를 하겠다며 첼로를 선택한 뒤 음악은 삶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그의 창문이자 마당이 되었다.

 음악을 즐기고 나누는 연주자로서 그의 면모는 2011년 시작한 ‘4첼리스트 콘서트’에서 활짝 피어났다. 비슷한 연배 첼리스트인 중국의 리-웨이 친, 스위스의 요엘 마로시, 스웨덴의 클래스 군나르손과 첼로 사중주단을 엮어 일 년에 한 번 봄바람보다 더 중독성 강한 무대를 만들어 음악애호가를 설레게 한다. 2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4 송영훈의 4첼리스트 콘서트’를 준비하는 그는 막 일본 4개 도시 순회연주회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간담회에서 한 일본 기자가 ‘세월호 사고 관련해 미안하다’고 말문을 열더군요. 자기네가 만들어 쓰던 배가 큰 사고를 냈다면서요. 지난해 인터뷰 때 독도 문제를 집요하게 묻던 기자였어요. 제가 그때 그랬죠. ‘일본 첼리스트도 많은데 이런 민감한 시기에 한국 연주자인 나를 불러줘 고맙다. 나보다는 내가 가져온 음악을 나누자. 양국 정치인들 몇 달만 첼로 레슨 받게 하면 인내심이 생겨 두 나라의 호흡이 잘 맞을 텐데’라고요.”

 첼로 앙상블은 드문 구성이라 연주곡이 많지 않다. 송 교수는 해마다 고유 레퍼토리를 만들어가는 일에 공을 들인다. 2012년 라벨 ‘볼레로’, 2013년 비발디 ‘사계’가 첼로 사중주 판으로 세계 초연됐다. 올해는 차이콥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첫 선을 보인다. 첼리스트이자 편곡자인 제임스 베럴렛이 1년 전 의뢰받아 4명 연주자의 음악적 개성까지 고려해 조율했다.

 “첼로 4대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느냐가 관건인데 베럴렛은 우리를 잘 아는데다가 본인이 첼리스트라 기가 막히게 배분을 해요. 제가 제1바이올린 구실을 하지만 영국 노던 왕립음악학교 시절부터 20여 년 친구 사이인 찰떡궁합 네 남자가 즐겁게 논다고 보시면 됩니다. 첼로 4대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하자고 뜻이 맞으니, 소통과 감사의 마음이 음악에 절로 우러나죠.”

 국민 모두가 힘겨워하는 이 시절에 음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것뿐이라 분초를 아껴 연습하고 있다는 그는 앙코르로 특별한 곡을 골랐다고 귀띔했다. 함께 슬퍼하는 일 외에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며칠 전 은퇴한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배경음악으로 썼던 곡이죠. 제가 영국 유학 시절에 임종을 앞둔 아버지 생각으로 힘들었을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저를 울게 만들었던 음악입니다. 애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