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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케네디가 곁에 있어도 … " 재클린의 외로움, 바람기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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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저는 단지 슬픈 주부가 아니라 왕관을 쓴 사람들과 함께하는 눈부신 세상을 그리는지도 모르겠어요.”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1929~94년·사진)가 1953년 남편과 결혼한 직후 아일랜드 신부 조셉 레너드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1년 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치적 야망을 불태우는 멋진 남편이 옆에 있었음에도 재클린은 외로움을 호소했다. 편지는 “제가 있는 세상은 밖에서 보기엔 무척 화려해 보일 거예요. 그러나 만약 당신도 그 안에 있다면 외로우실 걸요. 지옥이 될 수도 있어요”라고 이어진다. 재클린은 케네디를 권력욕에 사로잡혀 왕좌를 차지했다 파멸하는 맥베스에 비유했다.

 미국 내외에서 각광받는 퍼스트레이디였던 재클린이 14년간 레너드 신부에게 보낸 33통의 편지가 처음 공개됐다. 재클린은 프랑스에서 1년간 공부를 마치고 50년 아일랜드로 가서 가족을 통해 미리 알았던 레너드 신부를 처음 만났다. 재클린이 21세, 신부가 73세 때다. 두 사람은 바로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해 레너드 신부가 세상을 떠난 64년까지 이어졌다. 재클린은 “L 신부님”이라고 부르며 신부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였던 재클린 케네디가 아일랜드 신부와 주고받은 편지들. [사진 뉴욕포스트]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은 13일(현지시간) “재클린의 외로움과 남편 케네디에 대한 의심, 신에 대한 원망 등을 담은 편지가 다음 달 경매에 부쳐진다”고 전했다. 그가 생전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 없는 케네디의 여성 편력까지 상세하게 기록된 편지들은 130여 쪽에 이른다.

 그는 결혼 전인 52년 7월 편지에서 “케네디는 어떤 면에서 제 아빠와 닮았어요. 목표를 쫓는 걸 좋아하지만 정복하고 나면 싫증을 내죠”라며 결혼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일단 결혼하고 나면 자신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다른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성 스타일이 여성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는 엄마를 거의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아빠를 보면 알 수 있죠”라는 글도 덧붙였다.

 재클린은 63년 케네디 암살 직후 쓴 편지에 “하느님에 대한 심한 회의를 느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내 아이들이 하느님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엄마를 오랜 기간 보게 할 순 없다”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도 보였다. 33통의 편지는 재클린이 남편과 함께 서명한 크리스마스 카드 등 다른 물건들과 함께 다음 달 10일 아일랜드 더로우시의 한 경매장에 나올 예정이다. 낙찰 예상가는 120만 유로(약 16억9000만원)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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