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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품어야 진정한 카리스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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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카리스마는 타고나지 않아
매일매일 연습하면 늘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The Smartest Kids in the World)』(2013)의 저자인 어맨다 리플리에게 물었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은 어떻게 다른가.” 리플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 부모는 자녀를 ‘과대 평가’하는 반면 미국 부모는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부모는 자녀가 노력만 하면 뭐든지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 부모는 과학이나 수학 같은 과목은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질이 없어 보이면 억지로 학습을 강요하지 않는다.”

『카리스마 신화』의 한글판(왼쪽)과 영문판 표지.

 배움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인식이 역전되는 것은 어쩌면 대학 진학, 사회 진출 이후다. 미국인들은 행복하게 되는 법, 성공하는 법, 이성을 유혹하는 법 등 뭐든지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올리비아 폭스 카판의 『카리스마 신화(Charisma Myth)』(2012) 또한 카리스마가 수영이나 운전과 마찬가지로 학습 가능한 일종의 스킬(skill)이라고 주장한다. 카리스마의 어원은 ‘신의 선물, 은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kharisma’지만 카리스마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관념은 ‘신화’라는 것이다.

 카반은 카리스마의 화신으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스티브 잡스(1955~2011)를 예로 든다. 1984년부터 2011년까지 그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분석해 보면 카리스마가 점점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로 갈수록 뭔가 어색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이다. 메릴린 먼로는 ‘일상 모드’와 ‘카리스마 모드’ 사이를 마치 스위치로 조작하는 것처럼 마음대로 왔다갔다 했다.

 카반에 따르면 사람은 사람을 만났을 때 세 가지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한다. 첫째, 이 사람은 나와 무관한가 유관한가. 둘째, 힘이 있는가 없는가. 셋째, 힘이 있다면 그 힘을 나를 위해 쓸 것인가 아닌가.

 이 세 질문에서 카리스마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파생된다. 실재감·힘·따뜻함(presence, power, warmth)이다. 그중에서도 실재감이 핵심이다. 지금 이곳,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게 실재감을 구현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다 하더라도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사람은 나와는 무관한 사람이다. 한데 하버드대 대니얼 길버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마음은 깨어 있는 시간의 46.9%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방랑한다.

 힘을 달리 표현하면 확신·자신감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스타일·옷·신체언어가 표출하는 메시지를 일단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불확실한 게 없고 확신에 찬 사람을 만나면 끌리게 돼 있다. 따뜻함은 타인에 대한 선의(goodwill)다.

 실재감을 바탕으로 힘과 따뜻함을 대상에게 투사하고 발산하는 게 카리스마다. 카리스마의 전달은 특히 신체언어를 통해 이뤄지는데, 힘만 투사하고 따뜻함이 없으면 교만하거나 차갑게 보인다. 따뜻함만 두드러지고 힘이 없으면 굴종적이거나 뭔가 애걸복걸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사람은 17~32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동안에 벌어지는 표정 변화도 잡아낸다. 귀신은 속여도 사람은 못 속인다. 사기꾼은 남을 속이기 전에 우선 자기 자신을 속여야 한다. 우선 마음 상태가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 마음 상태가 바뀌면 신체언어가 바뀐다.

 카리스마는 사람의 성격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카리스마 스타일이 다르며, 카리스마는 그 사람의 성격과 맞아야 한다. 성격은 바꿀 수 없지만 행동은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게 카반의 주장이다. 카반이 제시하는 카리스마 단련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카리스마도 공부다. 매일매일 연습해야 한다). “연인처럼 응시하고, 고릴라처럼 당당하게 서고, 전도사처럼 말하라(stare like a lover, stand like a gorilla, speak like a preacher.)”는 말에 핵심이 있다. 따뜻함과 확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마음속으로 몸을 고릴라처럼 크게 부풀리기는 것도 효과가 있다. 순식간에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카리스마 레벨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카리스마 신화』에는 ‘말하기 전에 2초간 멈춘다’ ‘호의를 주는 것보다는 호의를 요청하는 게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 더 효과적이다’ ‘상대편의 정면에 앉지 말고 90도로 비스듬히 앉아라’ 같은 요령들이 많이 나와 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감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카반은 “모든 책임을 신(神)·운명·우주 등 나의 외부로 떠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남녀 차도 있다. 여성의 경우 상대편 말에 너무 자주 머리를 끄떡이는 게 문제다. 순종적으로 보인다. 남성의 경우는 상당수가 따뜻함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카리스마 훈련은 가면현상(imposter phenomenon, 假面現象)을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다. 가면현상은 높은 지위와 좋은 직업, 좋은 성과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허상’이 언제 들통날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1978년 조지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70%의 사람이 생애 중 언젠가 체험한다.

Olivia Fox Cabane
올리비아 폭스 카반
스탠퍼드·예일·하버드·MIT 등 유명 대학에서 강연가로 활약하고 있다. 구글·씨티그룹 같은 포천 500대 기업의 CEO·중역들에게 리더십 컨설팅을 하고 있다. 카반은 4개 국어를 할 수 있으며, 저서가 17개 국어로 번역됐다. 저서로는 『비즈니스 네트워킹(The Pocket Guide To Becoming a Superstar In Your Field)』(2007), 『30초 만에 신뢰를 얻는 법(From Zero to Trust in Thirty Seconds』 (2009) 등이 있다.

김환영 기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남미학 석사학위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심의실 위원, 단국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아포리즘 행복 수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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