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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행정용어 쉽게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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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맹지 해소를 위한 도로 신설’.

 서울시가 지난해 3월 배포한 보도자료에 쓰인 문장이다. 맹지(盲地)란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는 땅을 의미한다. ‘길이 연결되지 않은 땅에 도로를 새로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맹지라는 한자어 때문에 시민들이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13일 이해하기 어렵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용어 79개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한다고 밝혔다. 관행적으로 사용됐던 한자어와 외래어가 대상이다. ‘맹지→길 없는 땅’, ‘확행(確行)→반드시 하기’, ‘환아(患兒)→아픈 아이’ 등 한자어 30개는 우리말로 바꿔 쓴다. ‘프로젝트→사업’, ‘매뉴얼→안내서’, ‘거버넌스→민관협력’ 등 바꿔 쓸 수 있는 말이 있는 외래어 36건도 쉬운 우리말로 순화했다.

 마땅한 표현이 없는 외래어는 뜻을 알 수 있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보도에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막는 볼라드는 ‘길말뚝’으로, 렌트푸어는 세입빈곤층으로 바꿨다. 하지만 행정용어를 무리하게 우리말로 바꾸려다 보면 의미 전달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설계와 시공을 한 번에 한다는 의미를 살려 ‘한목계약’으로 순화된 턴키계약이 대표적이다. 대구대 이정복(국어국문학) 교수는 “행정용어 등을 우리말로 순화할 때에는 일반 시민들의 수용성도 중요하다”며 “용어를 정하기 전에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순화어 선정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서울시 공공언어 실태조사를 실시해 대상 용어를 선정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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