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은퇴 팁] 은퇴 뒤에 맞는 건보료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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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월급쟁이가 퇴직을 하게 되면 소득이 확 줄게 된다. 수입이 빤하기 때문에 지출을 할 때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가계에 금방 구멍이 생긴다. 세금 문제도 잘 살펴야 한다. 국민연금과 임대소득 등의 수령액은 종합소득에 합산 과세된다. 절세전략을 잘 짜지 않으면 안 내도 될 세금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재취업을 하지 않을 경우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넘어가 건강보험료가 크게 올라간다.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소득뿐 아니라 주택, 자동차, 전·월세 등 모든 재산에 건강보험료가 매겨진다.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매년 수백만원의 생돈이 나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과거엔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가 돼 건보료를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혜택도 지난해 7월부터 사라졌다. 정부가 이자·배당소득이 연 4000만원 이하이거나 사업자등록 없는 사업소득 연 500만원 이하,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합이 4000만원 이하, 연금소득 4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피부양자로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업소득이 연 501만원만 돼도 가족의 피부양자가 되지 못한다. 이 사람이 기준시가 2억8000만원의 아파트와 배기량 2000cc인 쏘나타 승용차를 보유할 경우 연간 건보료는 243만원이나 된다. 극단적 예지만, 소득 1만원 차이로 ‘건보료 폭탄’을 맞느냐 안 맞느냐로 갈리는 것이다.

 앞으로 건보료가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일은 별로 없을 듯하다. 정부가 건보재정의 누수를 막기 위해 그물망을 더욱 촘촘히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월세 수입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월세 수입 2000만원 이하라도 소득정보가 고스란히 파악되기 때문에 건보료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소득기준으로 건보료를 적용하면 제일 좋겠지만 이는 법 개정사항이라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억울하겠지만 당분간 퇴직자는 건보료 폭탄을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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