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금|78심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제현상의 계비적파악에는 불가피한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 문제지 일국의 예산규모를 확정하는데 까지 막연한 개연성에 주로 의존한다면 그것은 「전근대적」 이라는 낙인을 면키 어렵다.
예산편성의 당노자의 자처대로 종합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화의 묘가 발휘되어야하는 법인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예산은 해마다 그 점에서 뒤진다. 최근 수년간 빼놓지 않고 추갱이 짜여진 사실은 이런 부조화의대표적인 예저이돤다. 내년예산도 이점에서 예의가 아니다. 그 부조화의 시발은 역시 수입·지출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해마다 그랬지만 올해는 특히 심한 감이다. 세입추계가 가장 불확실한 시점에서 하필이면 세출수요가 집중되었다는 사실자체가 내년예산이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세입추계를 제대로 해낼 수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지도 모른다. 부가세라는 엄청난 변혁을 치르고있는 과정이어서 어느 누구도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
이런 때는 되도록 경제를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이는 첩경이다. 부가세는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거듭 다짐한 재무부조차도 사실은 내년 항수를 우려하고 있다. 불확정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항상 만만한 봉급생활자가 건재하고 부가세에 따튼 약간의 과표양성화만 뒷받침되면 2조원 내지 2조1천억 원 정도의 내국세는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재무부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산당국이 제시한 요구액은 2조2천8백억 원이었다.
1천8백억 원이라는 엄청난 격차가 생겨난 것이다. 최종협의에서 이 격차는 1친4백억 원으로 줄어들었지만 그 파급은 항상 그랬듯이 대폭적인 내국세증수로 귀착하게되었다. 결국 내년도 내국세수는 세정당국의 추계와는 동떨어지게 사후적으로 대폭 뜯어고쳐진 셈이다. 이런 세수계획이 균형이나 조화를 갖출 수는 없는 법이다.
자연 무리와 불합리가 따르고 조세부담의 불균형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당국이 제시한 산출근거라야 고작 내년도 산업별 성장율계획치를 기계적으로 올해 추계치에 연결시킨 단순하기 그지없는 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류의 단순산술은 곧 획일적인 조세계획에 반영되어 갖가지 조세마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절대규모의 증가 못지 않게 내년도 세수계획은 부문별불균형의 문제가필지도 모른다. 세입항목에서 내국세증가가 가장 높은 것도 문제지만 그 중에서도 소득세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진 점은 세정의 기본방향과도 어긋난다.
부가세의 정착은 장기적으로 볼 때 조세부담의 완화라는 완충수단을 뒷받침으로 비로소 가능하다. 조세의 기본적 역진성 때문이다. 그런데도 평균율을 훨씬 상회하는 높은 개인소득세를 계획하고 있다. 평균 36·5%의·높은 소득세 증가도 내년도 비농림어업성장율 26·2%에 9·3%의 이해하기 어려운 누진핵과로 설명되고 있다.
「인플레」와 고용증가에 따른 추가소득의 전액을 과세하겠다는 얘기나 이는 당초의 정부약속과 어긋날뿐더러 부가세자체의 성패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굳이 소득세법개정을 내년으로 미루려는 젓은 그만큼 부가항수 전망이 불투명한 때문이기도 하나 당장의 지출수요중력에 세정의 장기목표가 흔들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상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설사 그것이 균형재정이라 해도 재정의 중립지향을 근원적으로 저해하게 마련이다. 세입계획을 다시 다듬어야할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