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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걷는 노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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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바다 위를 건넌 최초의 사람은 옛 「이스라엘」사람들로 되어있다. 구약성서에 보면『「모세」가 바다위로 손을 내어민데「여호와」께서 큰 동풍으로 밤새도록 바닷물을 물려가게 하시니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땅이 된지라…』 이렇게 「이스라엘」사람들은「모세」의 힘을 빌어 바다 밑을 걸어갔다는 것이다. 「모세」는 이처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을 입증하려 꾸며진 신화다.
우리나라의 홍길동이도 축지법을 이용하여 바다를 건넜다. 그것은 바다의 양안을 맞닿게 만들거나 아니면 날다시피 하는 방법이었다.
물위를 건넌다는 것은 전설에서나 가끔 본다. 옥황상제는 물론 물위를 걷는다. 서유기에도 물위를 건너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물위를 걷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물에 빠진 심청도 연꽃을 타는 것이지 걷지는 않았다.
물 속을 헤엄치는 얘기는 그러나 적지 않다. 「헤로도투스」의 역사책에는 「사이리야스」라는 사람이 물 속을 1천6백m나 헤엄쳤다고 되어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물 속을 걷는 궁리를 하여 잠수종이라는 것을 발명했다. 옛 판화를 보면 이 속에 탄 「알렉산더」대왕이 해저에서 둘레를 살피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영박물관에는 이보다 훨씬 앞선 기원전 9백년께 「앗시리아」사람들이 남긴 부조화가 있다. 여기에는 사람이 무슨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공기 대를 갖고 관을 입안에 물고 물 속을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런가 하면 만능인 「다빈치」도 잠수부의 도구들을 그린 그림을 남기고 있다.
가장 획기적인 공상의 소유자는 「쥘·베른」이다. 그는 해저관광여행을 위한 특수 배를 설계하였다.
그래도 물위를 실제로 걸어본 사람은 없다. 그저 지중해에서 발로 바퀴를 저어가게 하는 오락「스포츠」가 있을 뿐이다.
엊그제 한 7순 노인이 60km의 북한강 물위를 「물신」을 신고 걸어(?)내려 왔다.
그는 『14년전부터 계룡산에 들어가 전 인류의 생존을 위해 태양열「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는 괴짜. 단순히 노익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멋진 괴짜인 모양이다.
앞으로 이 할아버지는 개천절을 맞아 현해탄까지도 건널 예정이다. 「마이·홈」주의에 시들어 가는 우리네를 호령하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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