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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레」의 윤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반포동 주부피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흐트러진 인간윤리와 도착된 성「모럴」이 빚은 현대 한국사회의 비극적 표징이란 점에서 온 국민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주인공들은 둘 다 각기 자녀를 거느린 30대 후반의 주부와 남편으로서 「가정」이라는 제1차적 공동체 안에서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막중한 책임을 완전히 망각한 채 오직 찰나적인 향락에 탐닉하다 패가망신의 표본이 된 것임을 생각할 때 그 무분별한 처신과 소행에 개탄을 금치 못하는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파탄에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한 사회의 기풍은 그 구성원 전반의 도덕적 수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와 함께 사회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영향을 또한 도외시할 수 없다. 불결하고 퇴폐적인 환경 속에서 아름답고 깨끗한 인간 품성이 우러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각종 변태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술집·「카바레」·「댄스·홀」·여인숙 등의 범람에 대해서 근원적인 차원에서의 정화작업이 절실한 과제임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서울 시내에만도 52개소에 이르고 있다는 「카바레」의 영업행태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비록 버젓이 영업허가를 받은 업체라고는 하지만「카바레」가 빚어내고 있는 각종 병리적 현장에 대한 사회적 지탄은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뿐더러 특히 이번 사건의 범인의 진술을 보면 「카바레」라는 업소가 어떤 곳인가를 여실히 짐작할 수 있다.
얼굴을 알아보기도 어려울 만큼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생면부지의 남녀가 몸을 밀착 시킨채 광무를 계속하다 눈이 맞으면 쌍쌍이 짝을 지어 이웃 여관이나 「호텔」로 직행, 사연에 빠져들기가 일쑤라는 것, 바로 그것이「카바레」의 모습이요 또한 그 업소가 번창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카바레」를 포함한 이른바 고급 사교장이나 그 밖의 유흥 음식업소의 존재의 의를 전혀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대처럼 사회생활의 각분야에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첩첩으로 압박하고 있는 각종「스트레스」가 현재한 상황에서는 국민의 정신적 건강을 도모하는 고려에서도 건전하고 명랑한 유흥 음식점의 운영은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나라 「카바레」에서 보는 것처럼 그러한 술집의 존재가 국민적 도의의 다락과 국민생활의 기반이라 할 가정의 파탄으로 직결되는 변태로 치닫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면 이를 더 어상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번 참극을 계기로 우리는 즉각적으로 지금 번창일로에 있는 각종 불건전한 업소의 변태영업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겠음을 역세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기강을 이토록 문란하게 한 근본적인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범 국민적인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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