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이 갈라놨던 어머니와 네딸 31년만에 눈물의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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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31년 동안 혈육을 애타게 찾던 모녀가 일본「마이니찌」신문 서울지국의 주선으로 6일 김포공항에서 극적으로 상봉,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혈육의 정을 못잊어 일본에 있는 딸을 애타게 찾고 있던 중 뜻밖에도 소망을 이룬 어머니는 서울 도봉구 수유동에 살고있는 이영옥씨(61).
2차 대전 종전으로 한국이 해방되자 이씨는 함경북도의 아오지탄광 질소회사에 근무하고 있던 일본인 남편 지곡송웅씨(당시 38세)를 따라 장녀 신자(12세) 2녀 지수자(7세) 3녀 경자(5세) 4녀 방자(3세) 등 딸 4명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후꾸오까」현「다가와」시로 갔다.
그러나 한국 부인에 대한 주위의 눈길이 냉랭해지자 이씨 일가는 다시 서울로 되돌아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생활고가 닥쳐와 이씨는『자식들만 잘되면 나 하나의 몸은 희생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일본인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남편 지곡씨는 부인을 여러번 설득하였으나 이씨가 끝내 자신의 결심을 굽히지 않자 할 수 없이 딸 4명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씨는 그후 헤어진 딸이 보고싶어 몇 번이나 밀항을 기도했으나 실패했다.
생각을 못한 이씨는 지난달 5일 서울에 있는 일본「마이니찌」신문지국을 찾아 일본에 있는 딸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마이니찌」신문사는 곧 수소문한 끝에 이씨의 남편 지곡씨가「후꾸시마」현 야마군 저묘대정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게 편지를 냈다.
지곡씨는 곧 동경에 살고있는 네째딸 방자씨(34)에 연락, 방자씨가 서울에 오게 된 것이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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