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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물고기 밥' 표현 … 이성 잃은 북 국방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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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당국이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물고기 밥’으로 표현하는 몰상식한 행태를 드러냈다.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틈을 타 대남 비난과 선동에 몰두한 결과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위원회는 11일 이른바 ‘검열단 담화’를 통해 “남조선 천지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화하였다”고 주장했다. 국방위는 박근혜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고의적으로 특대형 불상사를 빚어냈다”고 왜곡하며 “애어린 자식들을 물고기 밥으로 내던진 유신 후예의 매몰찬 냉기에 민심이 격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위는 김정은이 책임자(제1위원장)로 있는 사실상의 북한 최고 권력기구다. 지난 2월에는 청와대 측과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열어 상호 비방 중단 등에 합의하기도 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도 어린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행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의 이런 주장은 무인기 남한 침투가 북한 소행으로 밝혀졌다는 8일 국방부의 발표를 “허망하고 해괴한 모략대본”이라고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국방위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기억기’(무인기 항로 기록이 담긴 메모리 칩) 내용을 변경 조작하거나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재입력하는 것쯤은 초학도라고 해도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수월하다”고 발뺌했다. 또 남한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6·4 지방선거를 겨냥해 “북풍 조작에 매달리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우리 국방부는 즉각 반박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 소행임을 명백히 밝혀낸 우리 측 조사 결과에 대해 천안함 피격사건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상투적 변명으로 일관하는 북측의 태도에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북한 검열단의 공동조사 요구엔 “마치 범법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스스로 조사하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 격 억지 주장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못 박았다.

 대남 선동과 함께 북한은 군사도발 위협 수위도 올리고 있다. 10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공군 지휘관들이 참가한 전투비행술 경기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기습침투용 MI-2 헬기를 비롯해 미그-19·미그-29 등 북한 주력기가 총동원됐다. 공군사령관 출신인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오금철 상장(上將·별 3개로 우리 군의 중장에 해당)이 직접 비행 시범을 보였다. 오금철은 김일성 빨치산 동료로 알려진 오백룡(6·25 당시 북한군 8사단장)의 아들이다. 우리 군 관계자는 “김정은의 군 장악력을 과시하려는 이벤트적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보유 기종 중 최신예인 미그-29는 4세대 로(Low)급 전투기로 기동성은 뛰어나지만 우리 공군의 주력인 4세대 하이(High)급 F-15K보단 열세로 평가받는다.

 북한이 공개한 훈련 장면에는 로켓포를 쏘는 AN-2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대남 침투 시 특수전 병력을 싣고 저공 침투하는 임무를 띤 이 항공기가 로켓포를 장착하고 실사격을 하는 게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북정보 당국자는 “일부 국가에서 AN-2에 방어용 기관총을 탑재한 적은 있지만 공격용 로켓이 등장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진동이 심한 복엽기인 AN-2기의 특성상 정밀도는 떨어지겠지만 RPG-7과 같은 로켓포를 달고 침투할 경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행사장에 전용기를 타고 나타났다. 지난달 백두산 방문 때 처음 공개한 전용기가 북한 민항인 고려항공과 유사한 형태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흰색 동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글자를 새겼다. 출입문 옆엔 인공기, 꼬리날개엔 붉은 원 바탕의 별도 그려 넣어 전용기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려 했다. 옛소련 일류신사에서 제작한 IL-62 기종으로 파악됐다. 노후 기종으로 북한 관영매체의 사진을 확대해 보면 기체 곳곳이 낡고 녹슬어 수리하거나 페인트로 덧칠한 흔적이 드러난다. 김정은은 지난 3월 원산 방문 때 ‘세스나’로 추정되는 경비행기를 이용한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밝혔다.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고 열차를 고집해 ‘고소공포증에 걸렸다’는 지적을 받아 온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비행기를 수시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군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된 뒤 노동당 비서로 임명돼 좌천됐다는 평가를 받아 온 최용해는 군복이 아닌 인민복 차림으로 김정은 옆에 앉아 훈련을 지켜봤다.

  이영종·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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