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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구균 백신, 안 맞히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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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이달부터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 무료접종이 시작됐다. 폐렴구균 질환은 전 세계에서 5세 이하의 소아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 중 가장 큰 사망 원인이다. 70만~100만 명에 이르는 소아를 포함해 매년 160만 명이 뇌수막염·패혈증 등 폐렴구균 질환으로 사망한다. 백신은 이들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폐렴구균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국가필수예방접종에서 제외돼 왔다.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폐렴구균 백신 접종 대상과 백신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점을 알아봤다.

지금까지는 가격 비싸 접종률 67% 불과

폐렴구균 백신 무료접종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67%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을 마지막까지 완료하는 비율은 57.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장 접종률 95%에 크게 못 미친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은 1회 접종비가 12만~15만원으로 총 4회 접종 완료 시 총 50만~6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전국예방접종률 조사’(2013년)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자녀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이유로 ‘비싼 접종비’(25.9%)를 꼽았다.

이번 폐렴구균 무료접종 대상은 생후 2개월~5세 미만(59개월 이하)과 만성질환 및 면역저하 상태의 만 12세 이하 영·유아다. 전국 7000여 개의 지정 의료기관에서 주소지와 관계없이 무료접종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비용 부담 때문에 아예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던 아이, 백신을 접종 차수대로 접종하지 않은 아이도 똑같이 무료 혜택이 적용된다. 폐렴구균 백신은 총 4회 접종해야 안전한 수준의 면역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생후 6주부터 접종 가능하며 2·4·6개월 3회 기초접종 후 12~15개월 1회 추가접종을 하면 된다. 4회 접종 모두 무료다.

예방 범위와 균 종류따라 백신 선택해야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은 13가·10가 백신 두 종류다. 두 백신 모두 무료로 지원된다. 두 백신 간 교차접종은 권장하지 않으므로 생후 2개월에 선택한 백신으로 반드시 4회까지 접종해야 한다. 선택 기준은 대한소아과학회 감염위원회의 예방접종 지침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소아과학회는 폐렴구균 백신 선택의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백신의 예방 범위와 국내에서 유행하는 폐렴구균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다.

13가 백신(프리베나 13)은 13가지의 폐렴구균에 의한 질환을, 10가 백신은 10가지 폐렴구균에 의한 질환을 예방한다.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균)이 많을수록 예방 범위가 넓기 때문에 급성 중이염뿐 아니라 뇌수막염·패혈증 등 심각한 폐렴구균 질환 예방 효과가 더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 19A 폐렴구균이 증가 추세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18세 미만의 환자에게서 검출한 198개의 폐렴구균 혈청을 분석한 결과, 19A 폐렴구균이 36%를 차지했다. 2001~2003년(18%) 대비 두 배 증가한 것이다. 19A는 항생제 내성이 강해 치료가 어려워 백신으로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19A 폐렴구균은 13가 백신에만 포함돼 있다.

13가 백신은 현재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123개국 중 86개국, OECD에서 폐렴구균 백신 무료접종을 실시하는 29개국 중 19개국이 단독으로 채택하고 있는 백신이다. 미국은 13가 폐렴구균 백신 무료접종 시행 이후 5세 미만 영유아에게서 패혈증·뇌수막염과 같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89% 감소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경우도 13가 백신 도입 이후 19A 폐렴구균 검출이 110건에서 5건으로 대폭 줄었다.

백신 접종 일정 준수해야 효과

백신 접종 일정은 되도록 준수해야 한다. 백신 효과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WHO에 따르면 ‘3+1’ 일정대로 접종한 아이들의 예방효과는 90% 이상인 반면, 세 번만 접종한 아이들의 예방효과는 71%에 그쳤다. 마지막 추가 접종이 면역 항체를 크게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추가 접종의 중요성은 지난해 창원 지역에서 발생한 홍역 집단 발병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환자 대부분은 홍역 예방백신을 맞지 않은 생후 12개월 이전 영아와 추가접종을 받지 않은 4~6세 유아였다. 추가접종을 하지 않은 유아는 면역력이 약해 균에 노출되면 감염 위험이 크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삐뽀삐뽀 119 저자)은 “폐렴구균성 질환은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보호자는 적절한 시기에 끝까지 예방접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스케줄대로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가 접종을 잊지 않고 챙기려면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nip.cdc.go.kr/irgd/index.html)를 활용하면 좋다. 정보를 등록하면 스케줄을 놓치지 않도록 휴대전화로 알람이 오고, 아이 예방접종 내역도 모두 조회할 수 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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