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글로벌 아이

주한 미 대사 지명자, 섭섭함과 기대 사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요즘 워싱턴 싱크탱크 쪽 사람들을 만나면 꼭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에 대한 의견이다. 질문을 던지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 정부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인사”란 입장을 밝혔지만 진심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이번 대사 인선은 한국에서도,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화젯거리다. 60년 한·미 동맹을 고려할 때 역대 최연소인 41세 대사는 파격이기 때문이다. 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점도 극적 효과를 높이는 요소다.

 하지만 각계각층의 반응을 요약하면 섭섭함과 기대라는 두 단어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섭섭함은 비교의 영역이다. 개인의 능력을 떠나 일본·중국 대사보다 격이나 경륜이 떨어진다는 차원이다.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대사, 6선 상원의원을 지낸 맥스 보커스 주중 대사와 당장 비교된다. 대통령과 수시로 전화를 할 정도로 가깝다면 정권 초기에 오는 게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나온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왕의 남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반면 기대는 잠재력의 영역이다. 최고 권력자와 소통이 잘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장점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어느 나라나 대통령과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대사를 원한다”고 했다. 아시아 문제에 특화해 경력을 쌓아온 점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강렬하다는 게 특장점이다. 이번 한국행도 본인이 강력히 희망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리퍼트 지명자를 여러 번 만났다는 한 한반도 전문가는 “그는 원석(原石)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석을 가공해 빛나는 보석으로 만드는 건 한국 외교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

 잘 알려진 대로 리퍼트 지명자는 국방 문제에 정통하다. 본인이 해군 특수부대 출신이기도 하고, 국방부에서 아태 차관보를 지내는 등 경험도 쌓았다. 현재도 국방장관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런 경력이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 도발 상황에서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본인이 군인인 것처럼 행동한다면 잘못된 정보를 양산할 수 있다. 반대로 국방 전문가란 점에서 역대 어느 주한 대사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등 안보 이슈는 앞으로도 한·미 관계의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원석이라고 표현한 전문가의 지적은 맞다고 본다.

 과거 주한 미 대사는 한국 대통령을 수시로 만날 정도로 권력이 막강했다. 하지만 우리의 위상이 커지면서 실무형 비중이 높아졌다. 그 점에서 젊음과 열정을 갖춘 새 대사는 흐름에 부합된다. 이런 장점을 살려 격(格)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야말로 한국과 미국에 모두 이익이다. 그러려면 대사 지명자도, 우리 정부도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