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작문집 만들기 운동-대구 효성여고 5년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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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구시 남구 남산동 만성여고 (교장 홍승항)학생들이 4년전부터 생활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문집을 각자 펴내 학창시절의 문학적인 소질을 키우고있다.
문집 만들기 운동이 일기 시작한 것은 72년 가을.
국어교사인 유승자씨(34)가 담임학급인 1학년학생 60명에게 권장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유 교사는 학생들에게 문집작성요령과 제본과정 등을 지도, 학생마다 예쁜 문집을 만들어 그해 가을 첫번째 전시회를 마련,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칭송과 함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학생들의 메말라 가는 정서를 되찾아주기 위한 이 운동이 좋은 반응을 얻자 학교측은 73년부터 전교생에게 확대 실시했다.
이 운동이 번져가자 평소 문학에 관심이 없고 시·소설·수필 등을 전혀 써보지 않았던 학생들도 하나 둘씩 쓰고싶은 욕망을 갖고 유교사의 지도를 받으러 찾아왔다.
이에 따라 사물을 관찰한 것이나 수학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 능력이 개발되었고 작품수준도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학생들이 펴낸 문집이름도 『여명의 강가에서』『만남』 『잠꼬대』 『해구름』 『일월』 『샛별』 『얌체』 『검은 고양이』 『바람에 구름에』등 재치와 낭만이 가득했다.
문집에 실린 글의 내용도 학급에서 급우와 다툰 일, 부모·가족과 여행갔던 일, 불우학생을 도운 선행. 별명을 가진 교사 등에 대한 「콩트」등 가지각색이었다.
문집 첫 장에는 『내 딸이 이처럼 자라서 훌륭한 글을 쓴 것이 자랑스럽다. 훗날 학교를 졸업하고 시집가서도 영원히 남을 학창시절의 기념이 되었으면 한다』는 부모의 격려문이 실리기도 했다.
이같이 학생들의 문집발간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학구열도 나날이 높아져갔다.
유교사는 『정성들인 문집을 갖는다는 기쁨과 함께 여학생들의 행동·마음가짐도 침착하고 사려깊게 발전하는 것 같다』면서 여학생들이 어른으로 성장한 뒤에도 이 문집을 통해 그들의 자녀들이 어머니세대를 이해하고 옛 학창시절의 낭만과 학습풍토 등을 아는데 큰 도움을 주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유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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