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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로스앤젤레스」의 난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에서의 반한 활동중심지는 역시 수도「워싱턴」이고 일이 있을 때마다 「뉴욕」「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합류한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에 교포가 가장 많이 살고(8만∼10만)워낙 교포들의 왕래가 잦다보니 반한 단체의 활동도 자주 입에 오르게 마련이다. 「워싱턴」이나 「시카고」에 사는 교포가 그곳의 소식을 「로스앤젤레스」에 왔을 때 듣는 수가 많을 정도니까 그럴 법도하다.
최근에도 이곳 교포 가정엔 북괴의 불온문서가 난데없이 우송돼 오는 경우가 빈번해 교포들은 은근히 두렵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밖에 나서서 활동하는 알려진 사람에 의해서 뿐 아니라 숨겨진 인물들의 소행인 만큼 교포들은 더욱 곤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포들은 이 같은 일들이 북괴지령이나 지원을 받고 움직이는 단체에 의해 저질러지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북괴「유엔」대표부나 친 북괴단체가 공공연히 보내는 자료도 있다. 대학의 교수·도서관·교포 단체 또는 일부 교포가정에 발송되는 것 가운데는 「유엔」대표부에서 보내는 홍보자료 외에 영문「평양타임스」·「통일신문」과 그 밖의 선전「팸플릿」이 있다.
이런 우송 물은 발신이 미국 국내인 인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홍콩」·일본·「헝가리」·「쿠바」·「알제리」등에서도 온다.
말하자면 교포사회엔 불그스레한 선전물이 제멋대로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친 북괴」라고 할 수 없는 일부 반 정부단체 역시도 교포상대의 편지 보내기·유인물·출판물 보내기를 벌이고 있어 뭐가 뭔지 어리둥절해 하는 교포들도 많다.
당혹은 교포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수사기관에서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미연방 수사국(FBI)은 최근 모 한국공관에 찾아와 『LA지역에 북괴 동조자들이 불온문서를 뿌린다는데 누군지 아는가』고 묻고 누군지 밝혀지면 「기피인물」로 수사한 후 추방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정은 교포단체 스스로에도 미치고 있어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진다. 반한 단체 간부끼리 서로 경계를 하는가하면 종교집회와 정치활동이 뒤범벅돼 말썽을 빚기도 한다.
김상돈씨는 얼마 전「신한민보」라는 교포 주간지에 『공산첩자의 침투를 경계하자』는 내용을 발표, 주목을 끌었다. 「신한민보」(발행인 김운하)가 5월5일자에 보도한 김상돈씨 말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작년에 「유럽」에서 열린 어느 한국문제 국제회의에서 모 민주단체의 책임자이며 중간이기도한 사람이 북한의 인민공화국기 아래서 강연을 한 사진들이 요즘 미주에 나돌고 있어 말썽이 되고 있다.
주최측이 어떤 자들이며 그 막대한 자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며 목적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파악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은 삼가야하며 북괴를 왕래하면서 김일성 정권의 지령을 받아 그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주동이 돼 있는 회의에 민주인사들이 무분별하게 참여하여 휩쓸려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삼가야할 일이다. 민주인사들이 각종 국제회의에서 발표하는 발언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국의 공산당과 공산주의자들이 한국문제에 개입하여 한국민주화운동을 교란하거나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새로운 대한 정책을 위한 전국 청원운동」에 서명한 사람 또는 단체들 가운데에는 한국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목사·교수·교포들과 함께 미국공산당원으로 알려진 자들도 있고 북가주 공산당도 포함되어 있다. 북가주 공산당이 서명에 참여함으로써 「센·폴」신학교(미주리주)의 「존·솜리」교수 같은 사람은 실제로 서명을 철회한 바 있다….』 이런 말의 표적은 이용운·차상달씨로 잡았을 것이라는 얘기들이다. 두 사람은 조총련이 돈을 대는 어느 회의에 참가한 후 교포간에서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돈씨는 또『국내신문을 보니 이철승씨가 나를 「반한 인사」로 불렀는데 이는 참을 수 없는 표현』이라면서 자기는 어디까지나 「반정부인사」지 「반한 인사」는 아니라고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었다.
한편 「뉴욕」에서 열린 한경직 목사 부흥회에선 바로 김상돈씨 때문에 법석이 났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김상돈씨가 행사 마지막 날 순서에 없이 등단, 한 목사를 「사꾸라」라고 공박하고 구속인사 석방을 외쳤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종교집회를 정치에 이용한다해서 미국경찰을 불러 김씨를 퇴장시킨 것이다.【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 지사 합동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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