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단 미국 버지니아주 고교생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세월호 희생자 애도 메시지를 쓰는 미국 버지니아주 토머스제퍼슨 고등학교 학생들. [유튜브 캡처]

미국 버지니아주 매클린에서 전남 진도 앞바다까지의 거리는 1만1495㎞다. 지구를 3분의 1바퀴 가까이 돌아야 하는 거리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를 가슴 아파하는 미국 고등학생들의 마음은 물리적 거리를 훌쩍 뛰어넘어 진도 앞바다까지 닿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명문 토머스제퍼슨(TJ) 과학기술고에선 지금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 본관 입구를 들어서면 학생들이 설치한 메시지판에 세월호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도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응원 문구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너희들을 항상 기억할게’ ‘절대 포기하지 마. 너희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기도할게’ ‘이젠 이 추운 세상을 떠나 따뜻한 곳에서 행복하길. 그리고 기적을 기다립니다. 사랑해…’ 등등. 노란 포스트잇과 메모지 등에 적은 애절한 영어 문구들 틈에 한국계 학생들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한글 문구들도 뒤섞여 있다.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함께하는 TJ고의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은 1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세라 김(한국 이름 김정윤)으로부터 시작됐다. 봄방학 중인 지난달 16일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들은 세라 양은 에반 글레이저 교장 선생님에게 e메일을 보냈다.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게 마음을 전할 기회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세라 양의 e메일을 받은 글레이저 교장은 ‘그런 생각을 나눌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허락했다. 세라 양은 개학 첫날인 지난달 21일 아침 교내 방송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고통을 겪는 태평양 건너 한국의 고등학생들을 위로하자고 제안했다. 또 미셸 남궁·수지 리·주 강·제니 김·재니 최(이상 11학년), 전재현(10학년) 등 이 학교 한인 학생들과 함께 메시지판도 만들었다. 세월호 사고를 위로하는 메시지판이 만들어지자 CNN 등 미 언론들을 통해 사고 소식을 알고 있는 미국인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까지 애도의 문구를 적기 위해 몰려들었다.

 학생들은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세라 양 등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노란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세라 양은 지난달 28일 TJ고 학생들의 세월호 참사 메시지판 제작 장면을 ‘For You: Korean Ferry Incident’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도 올렸다.

 한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워싱턴 주미 대사관에 설치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분양소를 찾았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