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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4배 수도권 군부대 유휴지 민간에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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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시작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안전에 대한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현오석 부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도 의정부·동두천·김포 같은 수도권 도시의 도심지 주변 군부대 유휴지가 2017년까지 민간에 전량 매각된다. 정부가 여의도 면적 14배 크기에 이르는 군부대 유휴지 가운데 앞으로도 활용계획이 없는 도심지 주변 유휴지를 경기 활성화에 쓰이도록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또 산업단지 내 입지 규제가 완화돼 공장만 허용되던 산업단지에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이 역시 산업단지 개발을 촉진해 투자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기획재정부는 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같이 재정을 아끼면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16개 재정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 사업 6000여 개의 10%가량인 600개는 부처 간 유사·중복사업이라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3년간 통폐합된다. 그동안 정부 부처들이 예산 따오기와 자리 늘리기 같은 부처 이기주의에 따라 앞다퉈 벌여 온 비슷한 사업들을 대폭 정리하기 위해서다.

 기재부는 또 정부 부처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기존 사업을 줄여야 예산이 지급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내년부터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올해도 세수 부족이 극심해 재정적자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재정 형편이 넉넉지 않다. 16개 재정개혁 과제를 제시한 것은 이같이 심각한 재정 상황을 효율적인 재정혁신 노력으로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군부대 유휴지 활용방안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7~12월 군 용지 13억1686만㎡를 전수조사한 결과 여의도 면적(290만㎡)의 14배에 이르는 3988만㎡ 규모의 용지가 사용계획이 없는 유휴지로 분류됐다. 그간 유휴지 활용지침이 따로 없어 불필요한 땅을 장기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재부와 국방부는 상반기 중 유휴지 분류작업을 마무리해 앞으로도 활용계획이 없는 땅은 토지용도를 변경해 2017년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매각 대상에는 유휴지 중에서도 도심지 주변에 위치한 노른자 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이태원을 비롯해 전국 도심 주변에는 군부대 유휴지가 많다”며 “도심지 특성상 군부대 확장이 어려운 만큼 군부대 활용이 어려운 곳이라면 모두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유지 주변에 있는 자투리땅은 인근 토지 소유주에게 매각해 원활한 재산권 행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 유휴지는 현재 국방부가 벌이고 있는 분류작업이 끝나는 대로 공개될 예정이다.

 재정지출 효율화는 그간 4차례 발표된 투자활성화 대책과도 연계된다. 전국 1000곳의 산업단지 내 용도·업종 제한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공장만 허용되는 용도 규제 때문에 약국·문화·체육시설처럼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은 산업단지에 들어설 수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복합용도구역’ 설정을 통해 이들이 함께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로 확장이 필요한 곳은 가변식 3차로를 적극 도입한다. 기존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하면 사업예산이 1㎞당 183억원 소요되지만 가변식 3차로를 지으면 1㎞당 132억원으로 예산이 줄어든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정 개혁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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