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8세 북한소년의 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배가 고파 탈출해 왔다』는 북괴 귀순병 이석모군이 밝힌 북한주민의 생활실태는 눈물겨울 뿐 아니라 충격적이다.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은 그야말로 극한 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
이러한 대다수 주민들의 고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준비를 다그치는 북괴 괴수들이 미치지 않았나 여겨질 정도다.
귀순한 이군과 북한을 다녀온 외국인, 그리고 외신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북한 주민들의 식량 배급량은 잡곡80%를 포함해 어른 6백g, 중학생 4백g, 인민학교(국민학교 해당)학생 3백g이 정량이다.
그 적은 양이나마 최근에는 전쟁에 대비한다고 1할씩을 줄여 거의 전 주민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약간 사정이 낫다는 군대마저 정량은 하루 7백g인데 사실은 한끼에 2백g이 될까 말까한 실정이다. 이러니 어른들의 하루 섭취열량은 2천「칼로리」도 못된다.
그러한 극심한 영양부족 속에서 천리마운동이니, 속도전이니, 전투태세 준비니 하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다보면 「펠라그라」병에 걸려 죽는 사람과 신생아 중 기형아가 적지 않다는 소식도 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라 하겠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괴는 작년에 알곡 8백만t을 생산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알곡이라면 찧지 않은 조각으로 정곡환산율을 75%정도로 잡아 약6백만t의 곡물 및 서류를 생산했다는 주장이 된다. 이 주장대로라면 1천6백만명 남짓한 북한의 주민에게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하루1천g의 식량이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북한주민의 참혹한 식량난의 현실과 그들이 선전하고 있는 숫자간의 엄청난 차이는 어떻게 설명되어야할 것인가. 북괴 당국자들은 이룰 세계 각국에 대한 식량원조와 통일 후 남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식량비축 때문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우스꽝스런 얘기지만 전혀 당치 않다고만은 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하기야 기본적으로 『알곡 8백만t 고지점령』이라는 숫자는 공산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선전· 선동에 따른 허위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아무리 수출과 비축을 많이 한다해서 주민들을 굶겨가며 반 이상을 빼돌린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식량사정이 외상상환을 위한 쌀 수출과 전쟁에 대비한 양곡비축으로 더욱 가중되었다는 것만은 틀림없고, 식량원조니 비축이니 하는 말은 이를 자인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주민들의 배고픔마저 아랑곳하지 않는 북괴 괴수들의 비인간적인 적화남침야욕에 그저 치가 떨릴 뿐이다.
이군의 귀순담으로는 8·18판문점 만행 직후 김일성이 전투태세 준비명령을 내린 뒤 북괴는 군의 징집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춰 군의 편제병력을 늘리고 훈련을 강화하는 등 전쟁일보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괴의 그러한 광적인 전쟁준비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하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주민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해 저들 내부의 어려운 처지를 넘겨보려는 간계도 적지 않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선 북괴의 이러한 광적 충동이 또 다른 침략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만전의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우리가 굳건한 대비로 북괴의 야욕을 잘 견제해 가면 쌓이고 쌓인 북한 주민들의 불평과 울분이 터져 어떤 형태로든지 그들 내부의 변화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은 흐리기만 해 보이는 국토통일전망에 어떤 새로운 전기가 올는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 땀을 흘리고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 되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