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선보이는 한국연극 「태」·「하멸 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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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낭 「레퍼터리」극단은 오는 3월9일부터 5월30일까지의 세계순회연극공연(중앙일보· 동양방송 및 국제극예술협회 미국본부공동주관· 미「록펠러」재단후원)길에 오른다.
공연작품은 『태』(오태석 작· 안민수 연출)와 『하멸태자』(「세익스피어」작· 안민수 번안연출). 한편 동낭 「레퍼터리」극단은 떠나기 앞서 『태』를 22∼24일(매일 하오3시7시)서울시민회관별관에서 기념 공연한다. 본격적인 한국연극이 첫 해외공연에 나서게 되기까지의 경위와 의의 등을 좌담을 통해 알아본다.
유=본격적인 우리연극을 해외에 꼭 소개해보겠다는 생각은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부터 가져왔습니다. 그 동안 외국인연기자들과 함께 『초분』『알라망』등을 공연해 호평을 받긴 했지만 역시 좋은 연극작업은 같은 핏줄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읍니다.
이번 해외공연이 본격적으로 착수된 것은 그 동안 내한했던 외국의 저명한 연극인들 「노리스· 호턴」(미국· 비평가) 「찰즈· 엘슨」(미「예일」대 교수· 무대미술가)「엘렌· 스튜어트」 (미 극단「라마마」대표· 연출가)도 우리 연극을 보고 평가한 결과에 자신과 용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ITI(국제극예술협회) 미국본부의 『세계연극의 달』행사 초청과 중앙일보. 동양방송 및 미「록펠러」재단의 재정후원 제의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작년 5월께 부터지요.
안=이번 해외공연장소는 미국의 「뉴요크」「미니애폴리스」「댈러스」등지 및 「프랑스」의 「파리」「레인」·「네덜란드」전역 등지입니다. 가능하면 「로스앤젤레스」와 「하와이」공연도 생각하고 있읍니다.
여=이번 공연은 특히 전통적인 한국예술활동의 소개란 점에서 재미동포들에게도 공연해 우리문화에 대한 「프라이드」를 심어줄 것도 공연계획에 배려했으면 좋겠군요.
안=두 작품이 모두 단순한 화술연극이 아니고 몸짓· 소리· 색 등을 중요시 한 전 예술적인 연극이므로 한국어로 공연합니다. 특히 국내에서 논란이 있었던 「아이덴티티」(주체성) 도 보완할 목적으로 충분한 고증도 했습니다. 무대장치는 매우 상징적으로 처리할 작정입니다.
여=우리말 공연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멸태자』는 『햄리트』가 원작이므로 이렇다 할 지장이 없을 것이고 『태』또한 근원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므로 외국인들은「시놉시즈」(줄거리)를 읽고도 충분히 이해할 것입니다.
유=『초분』공연 때는 한국어와 영어를 반반씩 사용했습니다만 역시 연극은 음악· 미술 등과는 달라 언어가 큰 장벽입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이 언어를 통한 감정전달이 아니라 우리만의 섬세한 감정을 우리의 동작과 소리로 표현하려는 것으로 도전적 작업이라는 점에서도 뜻이 깊은 줄 압니다.
여=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번 공연을 볼 것입니다. 특히 한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이 한극연극을 통해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지요.
안=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맥베드』를 우리의 정서로 번안. 연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미국젊은이들의 관극반응은 상당히 좋았었읍니다.
여=우리 전통 예술의 해외소개는 여러 차례 계속돼 왔으나 이번 동낭 「레퍼터리」극단의 해외진출은 우리 신극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퍽 의의가 큽니다. 이러한 신극의 서양소개는 일본. 인도 등에서도 드문 일입니다.
이질적인 문화배경, 극적 표현의 상이한 수용태도 등을 통한 우리의 연극이 그들에게 어떻게 평가될는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 특히 이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고유의 전통예술인 『봉산탈춤』도 미국 공연 길에 올라 더욱 비교적인 의의가 깊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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