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값을 쌀값과 맞먹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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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쌀 증산에 큰 성과를 올린 농수산부는 올해부터 식량 자급 율을 높이는 또 하나의 시책으로서 밭작물의 상대 가격제를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올해부터 정부가 수매하는 콩값은 쌀값에, 그리고 밀값은 보리값 수준으로 올리기로 한다는 것이 이 상대 가격제인 듯 하다.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우리의 농정이 과연 소득중심의 농정이었느냐 아니면 식량자급 중심의 농정이었느냐를 말하라 한다면, 그 대답은 농정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변화무쌍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소득중심정책과 식량중심정책은 서로 상충되는 점도 있고, 보완관계에 있는 부분도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선택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분명해지지 않고서는 농정이 장기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힘든다는 뜻에서 본 난은 식량자급정책을 우선적으로 다루도록 되풀이 촉구해 왔었다.
다행히 유류 파동을 계기로 식량자급 우선정책이 뿌리를 박게 되었고 이제 쌀은 충분한 잉여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증산에 성공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농수산부가 밭작물의 증산을 기함으로써 식량 자급률을 훨씬 높이겠다는 시책으로까지 전진할 수 있게 된 것은 옳은 방향설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콩과 밀, 그리고 보리쌀까지 자급이 가능해진다면, 식량문제는 일단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므로 정부는 그 정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추는데 보다 세심한 배려를 베풀지 않으면 안되겠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해야할 것은 밭작물 증산시책은 쌀 증산시책보다도 훨씬 성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영농기술면이나 농가소득 면에서도 더욱 깊은 검토를 해야할 일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첫째로는 밀·보리, 그리고 콩의 경제성이 다른 전 작물에 비해서 월등 떨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가 이 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관건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쌀은 다른 작물과의 대체 관계가 그다지 예민치 않기 때문에 종자개량과 가격보장이라는 두 가지 장치 만으로써도 비교적 쉽게 증산을 유도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콩과 밀, 그리고 보리는 상대가격체제를 장기간 증산수도 장치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딴 경제작물을 줄이면 줄일수록, 그 상대가격은 높아지게 마련이므로 이들 양곡의 경지면적을 유지해 나가기는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체경작의 예민성을 완화시키는 지속적인 방안이 충분히 준비돼 있어야 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전 작은 쌀 농사에 비해서 기후변화에 의존하는 경우가 훨씬 크다. 벼농사는 수리·배수시설과 보호조절 등 영농기반이나 기술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에 작황이 비교적 안정 돼 있다.
그러나 밭농사에는 벼농사와 같은 안전장치가 별로 없으므로 장기적으로 식량자급정책을 밭농사에까지 확대하려 한다면, 소득안정을 위한 작황의 안정과 지속적인 증산을 보장할만한 기반투자가 불가피하다.
끝으로 밭농사의 증산을 위해서도 종자개량문제는 절대적인 요소라는 점을 깊이 유의하여, 볍씨 개량을 위해 쏟은 것 이상의 열의를 밭 곡식종자의 개량사업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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