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학사상』이상은 외 공역-퇴계·율곡 사상을 집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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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퇴계 철학을 이원론으로, 율곡의 철학을 이원론으로 간단히 규정해 버리려는 학계풍토에서 원문에 충실한 퇴계 집과 율곡 집의 번역 집이 출간되는 것은 이들 철학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의 유학사상』이란 표제아래 꾸며진 이들 두 고전은 그 번역이 원의 전달에 매우 충실하다. 발췌된 것이기는 하나 한결같이 한국 성리학의 두 거봉의 면모를 정확히 밝히는데 허물 될 것이 없다.
흔히 번역은 「반역」이라 일컬어져 섣부른 번역이 자주 원래의 뜻을 왜곡함으로써 지탄받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금번 이들의 번역은 그와 같은 우려를 배제할 수 있어 좋다. 이상은·이내? 두분 석학을 위시한 이번 번역진은 모두 이 분야에 헌신적인 공헌을 한 분들이다.
특히 고 이상은 박사(전 고대교수)는 수년 이래로 병약을 무릅쓰고 퇴계학 연구에 전념하고 선도적인 업적을 쌓아 오던 터에 지난해 세밑 흡연 타계하니 금번이 퇴계 집의 번역은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선생은 자자구구 맺힌 깊은 뜻을 간결 분명하게 한글화함으로써 후학의 퇴계 연구에 초석을 마련했다고 확신한다.
번역자의 정성과 노고에 지도 불구, 이 책의 내용과 형식에서 느끼는 아쉬움을 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퇴계 철학은 최소한 윤리학적 이론 이상의 이념체계인데 대해서 번역에 곁들인 해제 등의 설명에서는 특히 인도·인성·도의 및 윤리 같은 문제에 너무 편중된 느낌이다. 인간에 관한 이론의 수평적 확대에서 근원에로 집약해 강조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리학 사상은 기본적으로 형이상학의 기반 위에 확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번역내용의 충실성에 비해 이 책의 표제가 『한국의 유학사상』이라 붙여진 것도 타당하지 못한 처사라 여겨진다. 퇴계학이 한국유학의 금자탑이기는 하지만 한국유학의 전체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퇴계집·율곡집이라 해서 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남영<철학·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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