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공감력도 학습과 연습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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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미애
국자인 대표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근조의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산다.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 것조차 모래알을 삼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마치 자신이 외계인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온 국민이 애통한 심정인데도 남의 일 말하듯 툭툭 비수를 박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감 역시 배려처럼 학습되고, 연습되어야 하는 능력이다.

 중간고사를 앞둔 요즘, 외할머니 생신이나 시댁 큰집 큰형의 결혼식, 작은집 처가의 장인이 돌아가신 일 등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부모들이 입에 달고 사는 게 있다. “우리 애는 공부하느라고 못 왔어요.” 심지어 아이들에게 “너는 공부해야 하니까 가지 않아도 돼” 혹은 “가지 마라”고 한다. 부모만 혼자 열심히 자녀에게 공감해주면 아이는 스스로 공감력을 키우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공감 역시 아이가 자라는 기간 내내 키워야 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공감력은 가장 가까운 단위인 가족, 그리고 친척 등의 범위에서 하나씩 확장된다. 아이가 시험기간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생활은 중요하며, 그대로 유지된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에게서 공감을 받기만 하는 요즘 아이들은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들은 엄마를 수퍼 엄마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항상 건강하고, 피곤한 일도 없고, 아파도 씩씩한 기계처럼 여기는 것 같다. 공감을 받기만 한 이런 아이들은 결국 부모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성장기 자녀의 공감력을 키울 기회를 스스로 빼앗음으로 해서 결국 나이 들어 자녀에게 공감을 얻지도, 배려도 받지 못할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작은 일에서부터 공감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훈련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소통으로 가능한 일이다. 피곤해도, 아파도 아이를 위해서 모든 걸 다 해줄 필요는 없다.

 “오늘 엄마가 많이 아파서 피곤하단다. 너도 아프고 피곤한 날이 있지? 이런 날은 네가 엄마를 이해해주고 도와주면 좋겠어. 엄마를 쉬도록 도와줄래?” 엄마도 아플 수 있고 그러므로 누군가의 도움, 즉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그런 고민이 한 자아를 성숙하게 만든다. 이렇게 사소한 일부터 공감력도 학습이고 연습이어야 한다.

이미애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