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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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해 아침의 9시 1초가 9시 정각이 된다. 이른바 윤초로 1초를 벌게 되는 셈이다. 단지 l초라고 넘볼게 아니다. 「골드·아워」때의 TV광고는 1초에 근 1만원이나 먹힌다. 금액으로고 과히 싸지 않은 1초인 것이다.
미국의「갱」두목 「카포네」는 꼭 한해에 1억5백만「달러」를 턴 적이 있다. 환산하면 1초에 2만원 가까이씩 벌어들인 꼴이 된다.
이미 우리는 올해 꼭 하루를 벌고 있다. 올해는 윤년이라 2월이 29일. 예년보다 하루가 더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번 것인지 밑진 것인지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샐러리맨」이라면 하루를 공짜로 더 일해준 느낌일 게고, 고용주라면 하루를 득본 느낌일 테니 말이다.
윤년이란 서력 연수 중에서 4의 배수가 되는 해를 말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곧 윤년이라도 백의 배수이면서도 4백으로 나눠지지 않는 해는 빠진다.
이렇게 윤년이 까다롭게 계산되는 것은 1년을 3백65일로 잡은 것부터가 틀리기 때문이다. 1년을 3백65일로 삼는 태양력을 만들기는 「이집트」인이 처음이다.
「이집트」는 1개월을 30일, 4개월을 1계로 삼았다. 그리고 연말에 5일간의 공휴일을 두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1년이 3백65일 5시간48분46초인 것이다. 5시간 이상의 오차가 해마다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1460년만에 꼭 1년의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더우기 1년의 「캘린더」를 3백65일로 삼고 5일간을 공백으로 삼는다는 것도 어딘가 불합리했었다.
이래서 기원전 46년에 나마의 「시저」가 「율리우스」역으로 바꿀 때 67일 이상을 조정해야 했다. 1582년에 교황 「그레고리우스」13세가 윤년이 든 「그레고리」역으로 바꾼 것은 이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도 역시 4년에 1초씩의 오차는 생긴다. 작은 것 같지만 몇 백년이 지나면 엄청나게 시간이 틀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초 한분을 꼭 따져 가야 할만큼 우리네 생활이 바쁜 것일까. 또는 1분1초가 아까울 만큼 알차고 보람있는 삶을 우리가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일까.
하기야 우리는 시간을 너무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우리는 「코리언·타임」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 사람은 남과 약속할 때 5분 이상을 지체하지 않는다. 요새 일본 사람은 평균 13분 정도를 기다린다고 한다. 우리는 『5시에서 5시반 사이에 어디서 만나자』고 예사롭게 말한다.
1초를 따질 만큼 각박한 세상에서 산다는 실감은 아직 아무에게도 생기지 않는 모양이다. 다행스런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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