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정원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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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정 단계에 있는 내년도 대학 신입생 입학 정원 문제는 가히 전국민적 관심사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동안은 이 조정을 통해 매년 2천명 내외의 정원이 늘어났던 것인데 이 추세에 따른다면 77학년도에도 이 정도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 같은 고식적인 증원 정책 아래서는 그간 누적되어 온 재수생 문제나 전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 본 대학 정원 정책의 정도를 걷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 「어프로치」가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하지 앓을 수 없다.
더군다나 수일전에 실시된 77년도 대학 입학 예비 고사에는 29만명이 응시, 이들 중 적어도 23만명이 또 어쩔 수 없이 낙방이라는 쓴 잔을 마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해결은 초미의 긴급사이기도 한 것이다.
우선 기껏해야 6만명 정도의 현 대학 입학 정원으로써는 희망찬 미래를 약속 받는 젊은이들보다도, 압도적으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여지없이 좌절과 실의를 겪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분명히 사회적으로 커다란 불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든가 세계적인 대학 정원 정책의 추세, 그리고 대학 운영의 기본 정신에 비추어 오늘날 우리 나라 대학 교육 행정의 타성처럼 돼 온 정원 억제 정책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데 있다.
구시대적인 고등 교육관에 얽매여 소수 「엘리트」 위주의 대학 교육론을 운위하는 사람들은 60년대에 팽배했던 「고등 교육 대중화」의 추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교육받은 인력이 풍부할수록 국가 발전이 촉진되었다는 실증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로서는 그런 만큼 고등 교육 대중화 이후에 나타난 70년대의 질적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세계적 고등 교육 추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간단히 적령 인구에 대한 대학생 비율을 통계에서 보더라도 미국 43%, 프랑스 24%, 영국 19%, 서독 17%, 일본 38·4%에 비해 우리 나라는 8%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고등 교육에 비교적 보수적 태도를 지녀왔던 선진국들조차가 엄청난 교육 투자를 통해 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동안 후진. 개발도상의 나라이면서도 우리는 교육 투자를 게을리 함으로써 고등 교육의 낙후를 더욱 더 심화시켜온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어제 본지 사회면에 보도된 바와 같이 우리 나라에서도 대학 인구의 대폭 증원은 이제 시급한 국가적 요청임을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대학 출신 실업자를 걱정한다든가, 대학 인구 비대화를 우려하며, 서울 인구 억제책에 위배된다는 소극적 태도는 그 근거가 없을 뿐더러,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지나친 소극적 자세임을 면치 못한다.
재정이나 국민 부담의 가중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대학의 수용 능력을 대폭 확충하여 대학 당국자로 하여금 자율적인 경영 개선책을 모색케 한다면 자연 문제의 해결도 원활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현 실정은 재수생 누적으로 사회적 불안 요인만을 가중시키는 것을 당장에 지양하고 시대에 순응하는 대학 정원 정책으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대응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시 현재 대학 시설이나 교수의 수를 들어 대학 정원의 대폭 확장이 어렵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무사안일의 사고 방식의 소산일 뿐,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거라 하겠다.
교육 투자에 의한 시설 확충이 있다면 더욱 좋을 터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야간 대학·계절제 대학 등 현재의 시설과 인원을 다각도로 이용하면 쉽사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는 당장 가중화하는 재수생 문제 해결뿐 아니라 고등 교육 인구의 적절한 확충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대학 정원 제한 정책의 전폭적인 수정을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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