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당신에게 책상은 무엇입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눈 떠 있는 시간 동안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은 어디입니까. 아마 많은 이들이 책상을 꼽지 않을까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책상엔 그 사람의 성격이 묻어납니다. 때론 직업적 특징도 드러나고요. 그래서 다양한 직종 사람들의 책상을 살짝 엿봤습니다. 참, 이번 호는 11면 사용설명서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IT회사

-네이버 이은재 책임마케터

“모든 일이 시작되는 창. 내 업무는 빠른 조직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글로벌하게 모바일 비즈니스를 키우는 네이버의 가치를 표출하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이 내 책상에서 시작된다.”(책상 사진은 네이버 직원의 책상)

-카카오톡 홍선영 매니저

“고민을 시작하는 곳이자 고민이 해결되는 곳. 카카오에는 의자 없는 스탠딩 책상이 있다. 서서 업무를 보면 효율이 높다는 한 직원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두었다.”

-엔씨소프트 김창현 과장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FUN) 공간. 각종 IT 기기와 피규어가 즐비하다. 내겐 일도 생활도 게임의 연장 선상이다.”

자동차 디자이너

현대자동차 이성기 연구원

“머리 속의 꿈과 상상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공간.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에선 책상 위에 종이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데, 지금은 작업이 없어 깔끔하게 정리한 상태다. 전엔 책상 위에 장난감같은 개인 소장품이 많았다. 최근 새로 온 팀장이 책상을 깔끔하게 쓰라고 해서 개인 소장품은 서랍에 보관해뒀다.” 

국회의원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

“아이디어를 시작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 홀로 고민하는 사색의 공간. 국익을 대변하는 외교관으로서의 숱한 고민이 모두 책상이라는 공간에서 출발했다. 지역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세상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의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

“내가 나와 만나는 사적인 공간. 책상에 앉아 있으면 왠지 다시 총각이 되는 느낌이다. 인터넷으로 세상을 보며 관음증적 욕망도 채우고 글 쓰며 살며시 세상과 소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론 심각한 철학책 보며 폼도 재, 또 때론 야한 영화 몰래 보며 히히덕대고. 못 치는 베이스기타도 둥둥 쳐댈 수 있는 나르시즘의 놀이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윤석 교수

“진료와 교육, 연구 융합의 최전선.”

회계사

안진회계법인 신희엽 회계사

“매너리즘에 빠지려 할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는 작지만 큰 공간. 회계사에게 개인 책상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노트북을 갖고 계속 다른 클라이언트 기업에서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교사

명덕외고 고3 담임 김영민 교사

“고3만큼 힘든 삶의 현장, 동시에 차 한잔의 여유가 허용되는 나만의 공간. 진학지도와 학생 관리, 교재연구…, 고3 담임의 하루는 끝이 없다. 일하는 대로 펼쳐놓으면 자료에 파묻힐 정도다. 컴퓨터 높낮이를 달리하고 책꽂이 배치를 조절해서 여유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출판기획자

웅진출판사 오수연 과장

“공식적으로는 ‘콘텐트의 허브’, 개인적으로는 ‘꽃미남의 요람’. 꽃미남 배우 사진을 잔뜩 붙여뒀다. 요즘 푹 빠진 영국드라마 ‘셜록’ 주인공부터 리어나도 디카프리오 등. 최근 ‘칼 세이건’ 책을 진행 중이라 밤 하늘을 찍은 신문 사진도 오려서 붙였다. 책상은 업무 공간이기도 하고, 성격상 어지럽히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배우 얼굴을 보며 리프레쉬 한다.”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김갑유 변호사

“내 권위를 측정하는 공간이 아니라 내 능력을 발휘하는 공간. 책상은 이제 권위의 상징이 아니다. 사무실 책상은 공짜로 받으니 우습게 보지만 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일 성격에 맞게 써야 한다. 주로 결제를 많이 하는 고위직은 혼자 쓰는 큰 책상보다 회의 탁자가 더 적합하다. 나도 올초 전에 쓰던 폼 나는 책상을 치우고 집에서 낡은 탁자를 가져왔다. 의자를 많이 둬서 언제든 팀원이 오면 회의할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 모니터도 65인치 대형으로 바꿨다. 같이 서류 보면서 작업하기 위해서다. 소박하지만 실용적이다. 법원이나 관공서에 가면 있는 유리 깔린 책상이 싫다. 유리판 질감도 싫지만 뭔가 본질을 가리는 느낌이다.”

배우&교수

청주대 연극학과 학과장인 배우 조민기

“반성과 사고와 다짐을 할 수 있는 단단한 성장판. 중국 가정집 대문으로 쓰던 오래된 목재를 가져와 직접 디자인한 책상이다. 깨끗하게 다듬어진 나무보다 오래된 나무가 품고 있는 세월의 흔적,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낸 자연스러운 거칠음이 좋다.”

경찰

서울청 이규영 경감(수사과 기획실장)

“하루의 시작과 끝.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이며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이기도 하고, 동시에 휴식공간이다. 공개돼있으면서도 비밀스런 공간이다. 난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여러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다양한 민원인과 고소인을 만나니 정신이 없다. 사건과 관련한 파일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지 않으면 원하는 때 바로바로 사건기록을 찾기 힘들다.”

패션 디자이너

앤디앤뎁 김석원 대표

“데이 드림(day dream). 매 시즌 컬렉션은 바로 이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떠올리는 무한한 공상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앤디앤뎁 윤원정 이사

“아이디어 뱅크. 서랍 안에 들어가는 순간 잊혀질 것 같아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책상 위에 둔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게 쌓이는데 주변 염려와 달리 찾을 건 쉽게 찾는다. 너무 깨끗하면 오히려 불안하다.”

톰보이 톰키즈디자인팀 홍명아 선임디자이너

“내 삶의 일부. 하루 절반이 넘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머문다. 외근 나갔다가 사무실 책상에만 앉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외국 여행하다 집에 돌아왔을 때처럼 말이다. 이곳에서 디자인 하면서 내 꿈을 이루고 있고, 커피 한잔 들고 휴식을 취하면서 힐링한다.”

요리사

신사동 미드가르드 오너셰프 레이먼킴

“도마 없는 주방.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3분의 2가 책상 앞이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레스토랑 3곳을 위한 모든 레시피는 책상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 전에 모든 재료와 그에 맞는 이론을 책상에서 세운다. 책상엔 물론 불과 도마와 요리 재료는 없다. 대신 영감을 주는 책이 있다. 많지는 않지만. 지치거나 답답할 때 풀어줄 수 있는 만화책도 있다. 아주 많이. 별다른 취미가 없는 내가 최근 모으기 시작한 스타워즈 R2D2 피규어도 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건너편 자리에서 무엇인가 하고 있는 내 안사람이 있다는 거다.”

호텔

김연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총지배인

“호텔 안의 작은 휴식처. 특급호텔 총지배인 일상은 724다. 주 7일 24시간 내내 고객부터 직원, 부대시설 등 호텔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실 책상은 이런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짬을 내 나와 호텔의 미래를 생각하는 곳이다.”

라두 체르니아 리츠칼튼 총지배인

“나 자신. 책상은 그 사람을 반영하니까. 책상이 늘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건 무슨 일이 생기든 즉시 처리하기 때문이다. 서류가 책상에 있으면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매튜 쿠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총지배인

“호텔 로비. 물리적인 책상은 큰 의미가 없다. 책상 머리에 앉아 결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호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호텔을 살피고 직원을 격려하고 고객을 돌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진짜 책상은 아이패드에 다 들어 있다. 어디서든 중간중간 메일을 확인하고 필요한 일을 처리한다.”

니콜라스 쩨 JW메리어트호텔 동대문스퀘어 총지배인

“직원을 만나는 장소. 300여명의 호텔 전 직원과 모두 직접 만나는 열린 리더가 되겠다는 게 내 신념이다. 내 책상은 많은 직원과 만나서 이야기 듣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예술가

팝페라 테너 임형주

“두번째 애인. 음악가이다보니 악보가 내 첫번째 애인. 하지만 책상 앞에선 칼럼니스트로 외도를 한다.”

건축가&레스토랑 경영자

비안디자인·테이스팅룸 안경두 대표

“습작의 도구. 트레이싱 페이퍼를 꽂아 미팅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직접 설계했다. 그래서 내가 붙인 이름은 트레이싱 테이블이다.”

작가

『연탄길』 저자 이철환

“상상창고.”

공학자

서울대 의공학교실 김성완 교수(前 NASA 책임 연구원)

“평온함을 느끼는 나만의 공간.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으므로 늘 정리 정돈을 한다. 이 책상은 NASA연구원 당시 쓰던 것인데 기밀 문서가 많아 종이 한 장 함부로 가져나갈 수가 없다.”

화장품 회사

록시땅&멜비타 코리아 김진하 지사장

“내 두 번째 뇌. 머리 속에 들어있는 게 모두 펼쳐 있고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정리돼있다. 이곳에서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신문이랑 잡지도 본다. 여러 제품을 발라보고 시향하는 나만의 연구실이기도 하다.”

디올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신민정 차장

“Switch on a light! 본격적으로 뇌를 가동시키는 곳. 출근 후 책상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켜는데 마치 전구에 불 켜지듯 내 머리에도 불이 들어온다. 내 뇌가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이다. 책상은 제품 테스트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집에서 화장을 하고 나와도 회사 책상에 앉으면 다시 한번 화장한다. 립스틱도 신제품으로 다시 바르고 네일도 발라본다. 책상 위엔 크고 작은 두 개의 모니터가 있는데, 그 앞에는 늘 ‘지금’의 신제품을 놓는다.”

애니메이션 회사

로이비주얼(로보카폴리 제작사) 기획작가 김민서

“새로운 상상을 위한 작지만 큰 공간. 아이디어가 고갈됐다고 느낄 때면 여러 장난감을 새로 배치하며 기분전환을 한다. 작은 변화지만 신선한 느낌이 들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PD

JTBC ‘히든싱어’ PD 조승욱

“프로그램의 시작. 이곳에서 대본회의·구성회의·섭외·인터뷰 등 프로그램 기획과 관련한 모든 게 이뤄졌다. 보통 PD와 작가 등 10명 넘는 인원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짤 때가 많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요한 장소인 셈이다. 또 책상은 회사 안에서 유일하게 나만의 공간이다.”

JTBC ‘유자식상팔자’ 조연출 김지선

“편집실 책상은 일터·놀이터·쉼터다. PD는 사무실 책상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다. 회의·녹화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편집실 책상에서 보낸다. 방송 편집을 하는 월·화요일엔 24시간 편집실에 머문다. 놀이터도 된다. 방송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를 그리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책상 오른쪽에 붙여 놓은 세계지도를 보며 상상 여행도 떠난다. 에스토니아·조지아 등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라 이름을 보며 그곳을 여행하는 나를 상상하는 거다. 또 쉼터도 된다. 밤샘 작업하다 힘들때는 잠깐 눈 붙이면서 쉴 수 있는 장소다.”

MBC ‘곤충의 신비’‘남극의 눈물’ 김진만 PD

“답답한 존재. MBC 조직원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출연자 만나고, 야외에서 촬영할 때 나는 PD다. 하지만 회사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 순간 MBC 직원이 된다. 되도록 책상에 앉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지난해 ‘곤충의 신비’ 진행할 때 책상 앞에 있던 시간은 일 년에 30일 밖에 안 됐다. PD는 밖으로 돌아야 한다. 사람 많이 만나고, 많은 걸 경험해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메트로G팀=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사진= 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