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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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옛날 맹자 어머님도 이사를 세번 하셨다던가? 큰애가 세 살이 되자 제법 친구와 어울려 뛰어 놀고 싶어해서, 학교 옆으로 이사를 했다. 오후가 되면 늘 엄마 손을 잡고 동네 친구 서너명과, 함께 학교운동장에 가서「시소」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면서 무척 즐거워한다.
그러나 나는 학교에 가서 몇 번이나 크게 놀랐고 실망했다. 하오 6시까지 문을 열어 놓는데, 평일엔 교문바깥의 각종 차량의 소음공해 말고는 운동장에서 밝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용기가 새삼 용솟음친다. 그러나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엔 국민학교 운동장이 성인운동장으로 둔갑하고 아이들은 운동장 가로 밀려나 어른들의 축구나 배구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아무 곳에나 침 뱉고, 욕하고, 싸우는 이른바 성인공해로 미소를 잃는다.
저쪽 구석에선 중·고교생 정도의 학생 몇 명이 둥그렇게 앉아서 담배를 돌려가며 피우고 이쪽에선 국민학교 큰형들이 코피를 흘리며 싸운다.
어쩌다 지나는 선생님은 몹시 바쁜 듯 교무실에서 교문까지 눈길을 돌려주지도 않고 가니, 토요일과 일요일의 운동장 관리는 그냥 개방만으로 족할까 의문이다.
월요일 대청소 시간에는 고사리 같은 손들이 일요일의 찌꺼기를 주우리라. 담배꽁초나 성냥개비, 그리고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 휴지들을….
세살박이 우리아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울까 겁이 난다.
최정복(부산시 동래구 온천2동771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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