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계·전자 등 내수산업 개발|경기동향…남 부총리와의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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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가 상향성 안정권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수출의 급 신세가 수그러지는 추세다. 또 물가도 약간 흔들리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앞으로의 경기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또 정부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가를 경제정책의 조타수인 남덕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에게서 들어본다. <편집자 주>
-최근의 경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경제는 너무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런 점에서 상향성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요즘의 경기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경기가 작년 10월부터 상향 성 안정 대에 있는데 과열도 침체도 아닌 상향 성 안정으로 죽 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경기가 호황국면에 들어가면 국제수지나 물가에 무리가 생깁니다. 금년은 성장·물가·국제수지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기추세가 내년에도 계속되리라고 보십니까?
『기본적으론 내년에도 안정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수출이 금년과 같이 50% 이상씩이나 크게 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그 구멍을 내수산업에서 메워야겠습니다.
주택·기계·전자부문에 대한 투자를 적극화하여 내수산업의 기반을 넓히자는 것입니다. 금년엔 수출이 워낙 호조를 보였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별 자극적 정책을 안 썼지만 내년엔 내수산업에 대한 투자환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성장전략을 어차피 수출주도에 안 둘 수 없어 수출지원과 시설의 확장엔 계속 힘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수출엔 해외시장여건 등 자율적인 제약이 있는 것이니 특히 주택·기계·전자 등 내수산업을 개발하여 국민경제의 탄력성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또 요즘 수출은 호황이고 내수는 불황이란 말이 나오나 사실 내수와 수출경기가 확연히 구분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가령 수출 때문에 돈이 나가면 그것이 바로 국민경제에 널리 깔리는 것이며 내수와 수출은 서로 맞물고 같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앞으로 수출의 국제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수출전략도 다시 가다듬어야 하며 이는 산업전반의 질적 고도화를 통해 이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년의 경제성장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금년은 15% 정도의 성장에 10%의 물가상승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엔 수출의 둔화를 감안하더라도 10% 정도의 성장은 무난할 것입니다. 추곡수매로 근 3천억 원에 달하는 돈이 나가면 내수경기에 상당한 자극을 줄 것이며 자금갈증도 풀릴 것입니다.
앞으로 꾸준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안정기반의 정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총수요억제책을 계속해야 합니다. 통화의 과잉팽창은 특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원유가 인상이나 국제원자재 값 상승, 또 부가가치세 실시 등 여러 물가불안요인이 있지만 어떻든 물가를 10% 안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이미 그 잠재력과 적응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충격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2차 한-「이란」각료회담에 다녀왔는데 중동과의 경제전망은 어떻습니까?
『중동시장은 매우 넓고 또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쪽에서도 한국사람의 기술·근면성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선 계속적인 진출과 참여확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동에서도 국제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에서도 무척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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