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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교통지옥」 변두리 출근길-종점부터 만원 20만명이 못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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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러쉬·아워」의 과감한 교통대책이 아쉽다. 수도서울의 외곽지대 아침 승차 난은 이미 한계점을 돌파, 하루 20만명 이상이 제때에 차를 타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도 당국은 이에 필요한 적절한 처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심인구 소산 책에 따라 서울 변두리로 이주했던 많은 시민들이 아침마다 가중되는 교통지옥에 갖가지 곤욕을 겪는 것은 물론 최근들어서는 「버스」시발점에서 이미 만원이 돼 출발하는 바람에 도심과 변두리의 중간지점에서도 차를 타지 못하는 연쇄반응이 일고있다.
9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러쉬·아워」의 「버스」이용자는 1백94만4천명이나 되지만 5천대의「버스」가 정원으로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은 1백34만8천명에 불과, 40만여명이 콩나물 「버스」에 시달리고 20만명이 차를 제대로 타지 못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마련하고있는 「러쉬·아워」대책은 상오7시부터 8시30분 사이에 24개 교통혼잡지역에 방대의 빈「버스」를 배치하는 외에 상오6시∼상오10시·하오4시∼하오8시 사이에 예비차 1백50대를 72개 노선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 고작. 이 2백5대의 「버스」로 4만여명 정도밖에 수송하지 못해 출근길의 교통난 해소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도심지의 많은 도로공사로 교통체증이 가중돼 차량운행시간이 늦어짐에 따라 차 타는데 짜증만 나게 한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교통부나 서울시 관계자는 도대체 최근에 「버스」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이나 해본 일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대중교통난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승용차 증차를 중지하고 「버스」를 대폭 증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금년도 「버스」증차 TO 1백50대가 찼으며 ▲「버스」를 늘릴 경우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지고 ▲승차문제는 교통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버스」증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있다.
변두리지역에서 아침 출근길의 승차 난이 가장 심한 곳은 시흥 안양 화곡 영동 잠실 천호 등 최근 인구가 급증한 신흥개발지역과 상계 면목 미아 불광 영등포 등 고질 교통난지역.
시발점에서부터 아예 콩나물 시루가 돼 중간지역에서는 서지도 않아 타기는커녕 내리기도 힘들어 시민·학생들이 골탕을 먹고 지각하기 일수다.
이대 작곡과 박정희양(22·관악구 신림4동 588)은 『「스타킹」과 구두를 버리는 것은 말할 것 없고 가죽가방 끈도 올들어 두번씩이나 끊어졌다』며 아침「버스」타기가 겁날 정도이니 당국은 제발 마음놓고 통학할 수 있게 배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회사원 송세건씨(32·강남구 성내동135)는 중간지점이어서 「버스」를 못타 천호대교 입구까지 15분간 걸어나와서 「버스」를 탄다며 암사동 등에 주택과 인구가 크게 늘고있는데 비해 노선은 오히려 줄어들어 딴 곳으로 이사를 해야겠다고 불평했다.
영등포구 화곡동564 양명심양(20)은 『매일아침 40분씩 기다린 후에야 「버스」를 탈 수 있으나 만원「버스」에 시달린 후에 회사에 도착하고 나면 현기증이 나고 머리가 띵해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봉구 상계2동 등 중간지점에서는 「러쉬·아워」에 만원「버스」가 그대로 통과, 차를 타려던 시민들이 차 앞을 가로막고 승강이를 벌이는 일까지 종종 있다.
강남구 잠실3동 주공「아파트」355동502호 최형표씨(30·회사원)는 『「버스」탈 엄두는 나지 않고 지각은 할 수 없어 석달째 매일아침「택시」를 합승. 한달에 꼬박 7천5백원씩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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