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이 법관의 생명"-정년 퇴임하는 대법원판사 홍순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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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몇 「트럭」분이 넘는 소송기록 (1만1천여 건) 속에 파묻혀 바삐 지내다보니 어느새 15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겨우 정해진 「코스」를 한바퀴 돌고 온 기사 같은 자세로 한바탕의 경주를 또 준비해야죠-.』
6일자로 15년간의 대법원 판사생활을 끝내고 정년 퇴임하는 홍순엽 판사(66)의 잔잔한 미소 속에는 세월의 덧없음과 노익장의 결의가 포근히 저며온다.
재야 23년·재조 15년 동안 단 한번의 허물도 남기지 않고 투철한 법조인으로 일관해온 홍 판사는 5일하오 약한 초겨울햇살이 듬뿍한 대법원 집무실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선후배 법관들로부터 석별의 인사를 받았다. 『법률은 복잡하고 모순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은 더욱 고민하고 공평 무사해야합니다.』
법관의 공정성을 몇 번이나 강조하는 홍 판사는 세상의 주목을 끌었던 사건보다 사소한 사건에 더 법률적인 쟁점이 많더라면서 법관이 객관성을 잃었을 때 오는 사회정의의 파탄을 경계했다.
법관의 업무과중. 이로 인한 재판심리의 미진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
홍 판사는 33년 경성법전을 졸업하고 36년 조선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38년부터 변호사로 법조계에 투신, 61년9월부터 대법원 판사로 봉직해 왔다.
슬하엔 1남 5녀가 있으며 13년전 손수 개간한 과수원(3천평·경기도 부천시 소재)을 가꾸는 것이 유일한 취미. 변호사개업 예정.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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