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행정부와 한국·아시아-박치영(정박·미「와이오밍」대 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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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민주당의 「카터」가 이룩한 정치적 성공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연방정부 불신「무드」때문이었던 것 같다.
월남전의 실패에서 비롯한 미 국민들의 압전「무드」, 「워터게이트」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미국 연방정부의 정치적 부패와 도의적 타락, 정치권력의 남용, 미 CIA의 정치적 비행 등을 겪은 미 국민들 간에는 이른바 반「워싱턴」체제의 정치「무드」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정계에 있어서의 「카터」현상도 이러한 반「워싱턴」체제「무드」의 단적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정치분위기에서 「카터」는 앞으로의 외교정책의 입안과 집행과정에 반영될 세 가지 기본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외교의 도덕화를 주장하고 다른 나라에 지나친 관여, 비밀외교, 늘어가는 무기판매 등을 비난한 점이다.
「카터」의 외교는 사회적·경제적 정의에 입각한 정책에 기반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둘째는 「카터」가 강조하는 외교의 공개성 원칙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카터」행정부의 외교는 국민여론의 지배를 많이 받을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언론인·학자·학생·실업인·일반 지식인들의 여론은 중요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또 외교의 공개성 문제와 관련되는 것으로 지적할 것은 「카터」행정부는 외교정책 입안·집행 과정에 있어 의회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현 국내정치「무드」로 인해 행정부의 독단성을 방지하고 의회의 헌법적 기능의 「부활」이 강조되고 있어 앞으로 「카터」는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있어서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로부터 얼마만큼 협조를 받을 것인가가 궁금하다.
셋째는 미국 외교수행에 있어 지나친 「키신저」국무장관의 역할을 비난하여 대통령의 외교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카터」자신이 외교에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으로 보아 앞으로 그의 국무장관은 누가 되든지 외교정책을 입안·집행하는데 있어 「키신저」장관에 못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 예상된다. 「아시아」지역에서는 군사적 양극체제와 정치적 다극체제에 기반을 두고있는 현 국제정치 질서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미국·소련·일본·중공 등 4개국은 각기 세력균형정책을 통해 이러한 국제정치질서의 안정화와 평화유지를 도모하면서 정치이념을 초월한 개별적 국가 이익간의 치열한 경쟁을 계속할 것이다.
한국문제에 관해서 「카터」는 주한미군과 핵무기를 한국정부와 협의하여 4∼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대신 한국군을 강화하는 한편 미 공군의 계속적 지원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차기 행정부는 현 국제정세 하에서 한반도에서의 평화유지에 필요한 한 다소 감축은 될지언정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하고 적극적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앞으로 미국의 대소정책에는 당분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필자는 현재 연구를 위해 체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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