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해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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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트루먼」, 「듀이」에 패배』-.
이것은 세기적인 오보사건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는 미국「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지의 1948년11월2일자 1면 「헤들라인」이다. 몇 시간도 안돼 현실은 거꾸로 뒤집혔다. 그 무렵 대통령에 재선된「트루먼」은 바로 이 신문을 펼쳐 들고 활짝 웃는, 인상적인 사진을 남겨 놓고 있다.
「시카고· 데일리·트리뷴」지는, 선거직전의 「갤럽」여론조사만 믿고 신문을 미리 찍어 놓았다가 그런 봉변을 당했다. 선거를 4일 앞둔 10월26일의 여론조사에서 「갤럽」은 49.5%대 44.5%로 「듀이」의 승리를 장담했었다. 1936년이래 『과학적인「샘플링」으로 「갤럽」은 모든 선거에서 적중한 예상만 해 왔었다. 그 당시 「뉴요커」지의 한 특파원은 『미국의 시민들이 대통령직 하나만 빼놓고는 「트루먼」에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줄 용의가 있다』는 기사까지 썼었다.
국외의 예상도 역시 그랬었다.
「트루먼」의 사위가 된 NYT지의 영국특파원 「C· 대니얼」기자도 영국「맨치스터·가디언」지의 『「트루먼」실패기』를 보도했을 정도였다.
개표결과는 그러나 의외였다. 「갤럽」조사와는 무려 4.4%의 간격을 보여 주었으며 「듀이」는 2백만 표나 뒤졌다. 선거인단도 「트루먼」은 3백4명으로 「듀이」보다 1백15명을 앞서 있었다.
요즘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투표일을 눈앞에 두고 아슬아슬한 접전의 경지에 접어들고 있다. 「포드」대통령은 「트루먼」현상을 장담하면서 자신의 승리에 희망을 걸고 있다.
「갤럽」여론조사도 요즘 며칠사이의 상황변화를 알려주고 있다. 지난 7월말 현재 62%대29%로 「카터」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주던 여론이 10월27일엔 불과4%의 간격으로 좁혀 졌다. 그것은 「카터」후보의 꾸준한 하락과 「포드」의 꾸준한 전진을 알려주는 추세와 함께 투표결과의 예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상하게도 투표율에 달려 있게끔 되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보적인 인상을 풍겨 주던 「카터」후보는 젊은 세대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할수록 유리하고, 「포드」의 입장은 그 반대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어떤 견해로는 이 점에서 「포드」가 다소 유리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시니시즘」(냉소주의)적 분위기는 선거참여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의 쟁점(?)이 된 『누가 더 실언을 많이 하나』와 같은 「무드」는 선거에 대한 지식인의 흥미를 반감시켜 놓았다. 이래서 이제 정세는 결국『투표를 해봐야…』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혼미를 극하고 있다.
다만 우리로선 『누가 되느냐』보다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바뀔가에 더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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